'type: wall'전5팀 작가 상상력ㆍ기술력 동원 실험적 작품 선보여

박기진, 임승천의 '숨'
"흐읍, 푸우"

벽이 숨을 쉰다. 비유가 아니다. 흰 벽이 일정한 주기로 부풀었다 쪼그라든다. 그동안 또 다른 벽은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그 속도와 밝기를 얼마나 섬세하게 조율해 놓았는지, 변화가 몸으로 느껴진다. 절로 벽을 따라 숨쉬게 된다. 박기진, 임승천 작가의 미술작품 '숨'이다.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 type: wall' 전의 주인공은 벽이다. 5팀의 작가들이 상상력과 기술력을 동원해 꿈에서나 만날 법한 벽들을 탄생시켰다. 고정되어 있고, 공간을 나누고, 내부를 가두고, 길을 가로막고, 배경에 불과했던 벽이 아니다.

김승영, 오윤석 작가가 벽돌을 쌓아 만든 '벽'에서는 쿵쿵, 심장 뛰는 소리가 난다. 곳곳에 심긴 스피커가 관객의 귀를 이끌고, 벽을 따라 걷다 보면 소리가 바뀐다. 관객은 벽을 통해 전시 공간을 새롭게 경험하고, 기억하게 된다.

지하루와 그라함 웨이크필드 감독의 '인공생태계: 이중의 세계'는 관객과 상호작용한다. 센서가 관객의 움직임을 포착해 벽에 펼쳐진 풍경 속에 포함시킨다. 이 전시 공간에서 벽은 일종의 가상 세계다.

김승영과 오윤석의 '벽'
가림막을 걷고 들어서면 또 하나의 가상 세계가 펼쳐진다. 이승애 작가의 '원더월'은 흰 벽에 각양각색의 괴물 그림자가 투영되는 작품. 작가가 직접 창작한 가상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탄생시킨 새로운 생명체들은 실루엣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글자가 거의 없는 그림책처럼 상상력을 자극해 관객을 저마다의 공상에 잠기게 한다.

공간의 의미를 바꾸고, 관객과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하는 실험적인 벽들의 박람회 'type: wall' 전은 미술관과 미술의 전통적인 권위를 허무는 시도이기도 하다.

전시를 기획한 고원석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벽은 내부에 있는 작품을 예술의 지위에 올려놓는, 강력한 권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의 벽은 작품과 공간 사이의 공고한 관계를 허문다"고 설명했다.

박기원 작가의 '북극'은 미술관이 놓인 자리를 다시 보게 하는 창으로서의 벽이다. 투명한 비닐을 쌓아 만든 이 벽은 양쪽이 유리인 전시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북극'을 보면 그 너머의 일상적 풍경, 공원과 오늘의 날씨,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와 홀로 산책하는 할아버지까지 눈에 들어온다. 우리의 삶에서 미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type: wall' 전은 5월29일까지 열린다. 02-425-1077.

지하루와 그라함 웨이크필드의 '인공생태계:이중의 시간'

이승애의 '원더월'
박기원의 '북극'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