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ouse in the painting the painting in the house'
작가 변선영의 개인전에 걸린 그림들은 모두 정물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정물화의 간판 아이템인 꽃, 주전자, 멋들어진 무늬의 그릇들은 모두 'blank'로 처리된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세밀하게 그려진 벽지와 책상, 액자틀과 팝아트가 그려진 달력이다.

작품들은 실내 풍경, 정확히는 거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집안 풍경 중 외부인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장소인 거실의 구성은 집 주인의 심리를 나타낸다. 작품 속 실내 풍경의 주인인 작가 변선영은 이 특별한 거실 그림으로 어떤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을까.

작품 속 오브제들은 밝은 색채로 통일감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브제들 사이에 연관성이 희미하다. 더불어 하나의 오브제의 표현에서도 그 오브제의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데, 예를 들면 단청 문양을 모티프로 한 듯 한 벽지의 단청 배열은 명품 브랜드의 상징적인 상표 배열과 닮아있다.

그 벽지에는 만화 smRLa의 그림이 삽입된 달력이 걸려 있고, 아래 탁상에는 자개 장식 대신 이집트 벽화가 그려져 있다. 평론가 박영택은 "혼성적이고 다층적인 기호"라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분열 이미지가 우리의 정체성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이미지와,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아니고를 모호하게 만드는 작가의 표현법은 우리가 통사적으로 믿고 있는 '정체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4월 6일부터 5월 2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회화 18점이 소개된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역설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존재"가 아닐까 자문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갤러리 아트사이드. 02)725-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