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Contemporary Art 생존과 모색'전4人의 젊은 작가 시대적 고민 회화, 사진, 조각 작품에 담아

김중식, '진주귀걸이 소녀와 철화백자'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모두는 시대를 공유한다. 개인과 사회, 시대가 유기적으로 연관된 만큼 그러한 공유의 시대를 해석해 보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더구나 그 해석이 예술작품이라는 작가의 논리와 사상이 집약된 것이라면 더 관심을 가질 만하다.

동시대를 대변하는 젊은 작가들의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이 시대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과 의미를 조명하고자 하는 전시 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독특한 해석과 그것을 풀어내는 다양한 표현도 관심사이지만, 그들이 기존 화단의 영향력 내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서 각각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 및 국제적인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김중식(회화), 이민혁(회화), 박종호(사진), 박성철(조각) 등 4인의 작가는 실험적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로 다양한 시대적 고민이 작품 속에 함축돼 있다. 삶의 단편이나 경험들이 예술적 상상력으로 승화된 그들만의 언어와 사고로 응축돼 있다.

김중식 작가는 세계의 명화, 유명인 등 대중적인 이미지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을 이중적 방식의 프로세스를 이용해 그 위에 다시 그려 넣는다. 둥글고 작은 원형은 그의 독특한 조형방식이며 근원의 형태로써 세상을 상징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달항아리는 우리의 혼이 깃든 마음속의 항아리이자 소우주로 생명, 탄생, 갈등의 치유를 상징한다.

이민혁, '흘러가는 사람들(우산도 없이...3)'
이민혁 작가는 독특한 색감과 강한 붓터치로 도시의 일상들을 세세히 관찰해 우리시대 도시 안에 사는 사람들과 그 도시의 표정을 주제로 일관되게 작업해오고 있다.

그는 인간을 둘러싼 도시 공간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도시의 문제점, 그리고 도시의 욕망을 표현한다. 도시 이미지를 상징하는 빛처럼 도시사람들의 허무적 속성과 도시 속에서 주체성을 상실하고 소품화한 인간본성의 풍자가 날카롭다.

박종호 작가는 현대인을 깡통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해 사진으로 표현한다. 그는 버려진 깡통을 부식시키거나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키는 행위를 통해 현대인의 욕망을 나타내고자 한다.

사진에 등장하고 있는 깡통의 모습들은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는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는 겉포장이 벗겨지고 내용물이 없는 빈 깡통의 모습이나 행위를 통해 물질문명으로 얼룩진 현대인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박성철 작가는 현대인의 욕망과 허상, 그리고 현대 소비사회의 이미지를 얼굴이 부분적으로 생략된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이러한 작품은 정확하게 그려지고 만들어진 이미지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 대상을 온전하게 드러내지 않는 그 속에서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박종호, '사유의 패배'
관람객들은 작품 속 인물들의 특징 속에서 그들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으나, 이러한 상상을 통한 의도된 발견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미인도를 소재로 하여 만든 작품은 과장된 얹은머리(가체)의 미인을 통해 현대 미인의 기준과 부풀려진 욕망, 허세로 가득한 우리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서울 용산 비컨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과 롯데호텔갤러리 개관전 2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두 갤러리에서 4월 28일까지 이어진다.


박성철, 'Style-加加'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