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공연 천안함, 통큰치킨 등 사회현안 폭넓게 다뤄

개막작 '전쟁을 로비하라'
1977년부터 30여 년간 서울을 대표하는 예술축제로 자리잡아온 서울연극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4월20일부터 대학로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공식참가작 부문, 쇼케이스인 '미래야 솟아라' 부문 외에도 기획-초청공연과 자유참가작 부문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공식참가작 부문에서는 얼마 전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최종 선정된 <사라-0>과 지난해 '희곡아 솟아라'의 선정작 <만선>이 우선 눈에 띈다.

극단 드림플레이의 <여기, 사람이 있다>와 극단 竹竹의 <토란-극(土亂-劇)> 역시 높은 호응을 발판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네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이 모두 창작 초연작이라는 점이다. 공식참가작 부문에서 창작 초연작의 비중이 50% 수준으로 높아진 점은 창작극의 발전과 활성화라는 서울연극제의 취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미래야 솟아라'를 통해 선정된 여섯 편의 실험적인 작품들은 제목처럼 앞으로의 연극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연극들이다. 5월 4일부터 닷새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쇼케이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은 작품은 내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부문의 참가 자격을 얻는다.

공식참가작 '여기 사람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서울연극제의 이슈는 '연극, 우리 시대의 거울-이슈!'라는 테마에 걸맞게 시의성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개막공연이다. '토론연극_핫이슈'라는 이름을 걸고 동시대 현안들을 담론으로 내세운 두 작품은 극단 필통의 <전쟁을 로비하라>와 극단 가변의 <보스, 오 마이 보스>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의 현안들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 로비의 결과 어린아이들이 희생되는 참극을 다룬 <전쟁을 로비하라>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등을 통해 긴장관계로 치닫는 남북관계와 진정한 평화의 길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이어 공연되는 <보스, 오 마이 보스> 역시 '통큰치킨'을 비롯해 맷값 폭행사건, 비정규직, 무상급식, 구제역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룬다. 공연 관계자는 "이 작품은 무엇이든 '빨리 빨리'를 외치며 현실의 문제들을 금방 잊어버리는 우리의 '냄비정신'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토론연극은 막이 내린 후에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다. 개막작이 다룬 문제들을 포함해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안들을 놓고 관객과 두 작품의 연출가가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것. 서울연극제는 이 시간에 '연극, 세상의 마중물이 되다'라는 이름을 붙였다.

축제 개막을 앞두고 지원 예산이 1억 원이나 삭감돼 논란을 빚었던 서울연극제는 심기일전하는 자세로 이번 행사를 더욱 뜻 깊게 재정비했다.

개막공연에 앞서 진행되는 개막행사에서는 '서울연극인의 날' 선언 및 행사 수익금의 3%를 기부하는 기부서약식을 치르고, 어린이날 즈음에는 종로구, 사랑의 열매, 한국연극인복지재단과 함께 저소득층 어린이와 연극인 가족 약 600여 명을 무료로 초청할 예정이다. 서울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5월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열린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