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석, 금속, 목칠 등 프레임 속 절묘한 조합 예술성 발산

The encounter(brooch) 2011, 금파(2.5G), 마노, 느티나무 옻칠, 정은
전통적 의미의 공예와 후기산업사회의 조형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내 금속조형디자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공예가 김승희 작가의 <특별한 만남>전이 인사동 선화랑에서 4월 13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선화랑에서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01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전의 내용을 새롭게 재구성한 브로치 중심의 장신구 연작들로 꾸며진다.

'특별한 만남 전'이라는 전시 타이틀에 걸맞게 신비스런 색감의 결정체인 보석(옐로우사파이어, 마노, 자수정, 블루토파즈 등)과 금속, 목칠(느티나무 옻칠) 등이 금속이라는 프레임 속에 절묘하게 조합돼 창의적인 장신구를 완성했다.

또한 김찬 보석명장, 이태호 옥장, 윤상희, 김동주 옻칠 작가들이 참여했고 김승희 작가는 여러 파트를 조율한 지휘자(마에스트로) 역할을 하였다. 작품을 구상하면서 재료, 쓰임새, 조형적 구성요인 등 여러 요소들을 조율하고 지휘하며 김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영역을 확보한 정체성을 갖춘 것이다.

이재언 평론가는 그러한 김 작가의 장신구를 각 분야 장인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조합에서 오는 다채로움과 따뜻함이 돋보인다며 '통섭 장신구'라고 평했다.

합성 시트린(37.4ct), 마노, 금부, 느티나무 옻칠, 정은
이 장신구들은 이전의 이원적 체계 내에서 구현한 엄격한 비례나 절제된 구성보다는 각기 다른 다원적 요소들의 재료 및 물성, 그리고 각 가공자의 의도와 형태들이 각각의 자율성을 가진 채 발산해 이지적인 정제미에 따뜻함과 자연스러움이 곁들여졌다.

이는 김 작가가 미국 유학에서 익힌 현대 금속공예와 오랜 기간 우리나라 전통공예를 연마하고 접목해 꾸준히 현대화한 작업의 결실이다.

이번 작품들은 초기의 '산' 연작들에서 보인 추상표현주의적 성향과 민화를 모티프로 한 '투명한 공간' 과 풍경 연작들에 나타난 입체적 앗상블라주로서 구성주의적 경향, 이후 장신구를 통한 '자연의 율동' 시리즈들에서 재료 그 자체에 천착한 미니멀리즘적 요소들이 발전적으로 융합돼 한결 세련되고 부드러워진 인상이다.

특히 옻칠과 마노의 조화가 두드러지고, 사각형의 조형성에 비중이 실려 안정되고 심플한 작품들이 이전 전시와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김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대비적 관계성'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선과 면, 금속과 돌, 보석이나 재료 자체의 고유한 색감과 인위적인 색채와의 대비 등이 그러하다.

런던 토파즈(21ct), 마노, 느티나무 옻칠, 정은
공예의 순수조형성 내지 오브제성과 실용성의 간극을 뛰어넘어 회화, 조각, 공예의 장르가 어우러져 예술적 힘을 발산하는 작품들은 관객에게 장신구의 색다른 따뜻함과 자연스러움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02)734-0458


엘로사파이어(0.72ct), 마노, 느티나무, 옻칠, 정은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