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음악생산자 조합' 발기, 70개 인디밴드 공연도 선보여

생활협동조합의 줄임말인 생협은 흔히 먹을거리 단체를 일컫는 말이다. 조합비를 낸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과정에 참여해 제품 성능과 윤리성을 까다롭게 따지고 요구한다. 역설적으로 이 까다로움이 생산자의 생계를 보장한다. 로컬푸드나 유기농 같은 ‘제품 차별화’는 이 요구의 산물이다.

삼단, 사단으로 변신하는 자본제 생산체제에 맞서 이제 인디음악가들도 생협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자립음악생산자조합’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밴드들이 협업하거나 경제적으로 도우면서 활동하는 생활협동조합입니다.”

조합원 단편선 씨의 말이다. 이 단체, 30일에 발족한단다. 조합원 공연 방식으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팔도자립네트워크로

공연명이 길다. <2011 전국자립음악가 대회 뉴타운컬쳐파티 51+>. 뉴타운이란 어원에서 슬쩍 내비치듯, 이 공연은 ‘두리반’과 ‘걷고 싶은 거리’가 함께 한다.

2009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강제철거 당한 뒤 1년이 넘게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온 ‘작은 용산’ 두리반을 알리는 행사로 지난 해 5월 72개 인디밴드가 모여 <2010 뉴타운컬쳐파티51+>를 열었고, 이때 모인 음악가들이 ‘인디 생협’을 구상하고 1년여 준비 끝내 오는 29일 자립음악생산자조합 발기인 대회를 갖는 것이다.

여기에 마포구 동교동 걷고싶은거리 일대의 주차장건설에 반대하는 음악인의 목소리(이른바 ‘걷고 싶은 거리’)가 더해졌다.

29일에는 발기인 대회와 홍대 앞에서 활동해온 음악가와 라이브클럽 대표, 음악평론가, 공연 기획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연다. 30일에는 홍대 앞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70개 인디밴드가 총 4개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유료 입장(예매 1만 원/ 현매 1만 5000원)으로 진행되고 티켓 판매 수익은 참가팀 40%, 스태프 임금 20%, 두리반 농성자금 40%에 쓰일 예정이다.

“인디문화 최전선이라는 홍대 앞이 최근 10년 간 급속도로 자본화됐어요. 주차장 거리가 상권으로 변하면서 문 닫는 클럽도 늘었고요. 공연 장소가 협소한데다 그나마 안정적이지도 않습니다. 인디밴드들이 타개책을 생각하다가 ‘공금을 출현해서 리스크를 분산시키자’는 의견을 모았죠.”

요컨대 소규모 인디밴드들이 연대해 조합비를 모으고, 이 기금으로 각 지역의 독특한 공연문화를 지켜가겠다는 것.

“우선 공연장소인 클럽, 녹음 공간인 스튜디오, 합주 공간을 공동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한편 비슷한 인디밴드들이 함께 공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음반 발매하는 것을 도울 거고요.”

이후 기획이 기발하면서도 재밌다. 대전, 대구, 부산 등 말 그대로 지역 인디밴드들과 네트워크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얻는 ‘팔도 자립 네트워크’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자립음악생산자조합은 29일 발기인 대회와 설명회를 통해 조합이 추진할 사업을 소개하고 조합원 공개모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발기인 대회와 <2011뉴컬쳐파티 51+>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곧 오픈될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nt_party51) 그리고 페이스북 팬페이지(http://on.fb.me/dYlSZ7)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