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돈의 전무심히 지나쳐 왔던 것들 한 자리에 엮어 키치적 풍경 연출
희소성과는 거리가 먼 일상의 오브제는 늘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킨다. 유일하게 존재감을 부여 받는 순간은 필요할 때 그것이 없거나, 제구실을 못한다거나, 또 다른 쓸모를 가지게 될 때뿐이다.
김상돈 작가는 이처럼 사람들의 시야에서 잊힌 오브제를 카메라 프레임에 담아왔다. 플라스틱 의자는 조화와 말린 마늘, 버섯, 포도로 한껏 치장하고 있다. 무심히 지나쳐왔던 그것들은 한 자리에서 엮이고 설키며 기묘하고 키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시야에서 배제되었던 무 존재감은 사라지고 신비감마저 도는 광경. 고정관념의 해체이자, 비루한 오브제에 말 걸기다.
그러나 작가는 서민적 오브제를 통해 서민의 일상을 타자화하거나 미화한다는 해석에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토템'이라는 단어 때문에 종교성을 불어넣는 것 역시 무리수다.
그의 '토템 시리즈'는 이전에 그가 해온 '장미의 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이 역시 거리에서 마주친 얼음덩어리나 삼각돌, 자갈 벽 등을 찍은 사진이다. 그는 이 같은 오브제, 정확히 오브제가 품은 사연에 매료되었고 그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음을 고백한다.
비디오 삼부작과 사진 시리즈, 그리고 조각으로 구성된 <장미의 섬>이 문명이란 꺼풀 속에 자리한 추악하고 폭력적인 현실 - 가령 경제적 압박이라던가, 군사적 위협, 대 인간 폭력, 자기 검열, 무자비한 평준화와 같은 공포영화보다 더욱 공포스러운 현실 - 에 대한 은유다. <불광동 토템>은 어쩌면 이러한 공포를 딛고 일어서기 위한 주문과도 같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것은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듯. 작가는 좀처럼 사람들이 들으려고 하지 않는 소리를 애써 이미지로 저장해 한 번쯤 귀 기울여 보라며 손짓한다. 김상돈 작가의 <불광동 토템> 전은 내달 3일까지, 종로구 소격동의 트렁크 갤러리에서 이어진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