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세계 춤의 날' 행사 열러… 발레서 막춤까지 다양한 춤판

핀란드의 헬싱키시립극장에서 진행되는 워크숍
요즘 발레 열풍이 분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관계자'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몸을 움직이는 데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춤은 여전히 관람의 대상일 뿐이다. 게다가 '막춤'은 회식 자리가 아니면 출 기회도 없다. 우리는 언제쯤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을 위해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1982년 국제무용협회(CID-UNESCO)와 국제극예술협의회(ITI), 유네스코(UNESCO)가 제정한 '세계 춤의 날(International Dance Day)' 행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 춤의 날은 1982년 근대 발레 체계의 확립자인 장-조르주 노베르(Jean-Georges Noverre)의 생일인 4월 29일을 기념해 제정된 날로, 매년 세계 각국에서는 춤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처음으로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김영수 전 문체부 장관과 김혜식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명예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세계 춤의 날 조직위원회'는 4월 29일 세계 춤의 날을 맞아 서울, 인천, 광주,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의 공연장과 학교, 야외공간에서 전국 규모의 행사를 개최한다.

'춤'의 생일을 전 세계적으로 축하하는 행사인 만큼, 세계적인 무용가들도 이날을 기념해 메시지를 발표해왔다. 그동안 유리 그리고로비치, 머스 커닝햄, 모리스 베자르, 마기 마랭, 오노 카즈오, 윌리엄 포사이드 등이 전 세계에 축전을 보내왔다. 이처럼 메시지가 전 세계로 전달되는 이유는 춤이 정치와 문화, 인종의 장벽을 넘는 인류 공동의 언어라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커뮤니티 댄스 워크숍
국내 무용계가 30년 가까이 이를 외면해온 것은 아니다. 춤의 날 제정 2년 후인 1984년부터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긴 했지만, 대부분 예술가들이 중심이 된 '무용' 행사에 그쳤다. 이번에 치러지는 행사는 발레에서 막춤까지 모든 춤의 장르를 허물고, '누구나 춤출 권리가 있다'는 기치 아래 진행될 예정이다.

18일부터 26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엄마와 딸'을 주제로 일반인들과 예술 강사들이 이 열린다. 핀란드 안무가 한나 브로테루스를 초청해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1차 쇼케이스를 거쳐 29일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축하공연도 많다. 특히 서울에서는 서울광장에서 댄스파티 등의 공식 행사가 진행되고, 부산, 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도 각 지역 무용단과 춤 동호회들이 다양한 축하공연을 통해 시민들과 만난다.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회 세계 무용의 날 테마 기획 공연도 27일부터 이틀간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날은 전 세계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국내 행사에도 다른 장르의 인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시절 심야 파티에서 '테이블 댄스'로 세계를 경악시킨 김동호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또 한번 댄스파티에 나설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영수 조직위원장은 "저는 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도 "춤을 통해 소통하고자 마련된 세계 춤의 날에는 온 나라가 춤으로 떠들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윙 댄스 캠프
춤의 날을 보내는 전 세계 모습

캐나다, 멕시코, 미국, 인도, 헝가리, 필리핀,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는 세계 춤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예술춤뿐만 아니라 민속춤, 사교춤, 아마추어 동호회 등을 총망라해 모든 사람들이 춤을 통해 즐거움을 나누며 공연, 워크숍, 세미나, 플래시몹 이벤트 등을 개최하고 있다.

현재 세계 1백여 개 나라에서 CID-UNESCO 지부의 주관으로 세계 춤의 날 혹은 세계 춤 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다.

- 미국 뉴욕: 댄스 퍼레이드 주최 세계 춤의 날 기념 공연 (4월 24일)
- 러시아 모스크바: 약 25,000여명 출연 세계 춤의 날 기념 공연 (4월 29일)
- 인도 마이소르: 부샨스 공연예술 아카데미 세계 춤의 날 축하 페스티벌 개최 (4월 29일-30일)
- 영국 데번: 지역 안무가 10인과 함께하는 및 공연 (4월 29일-7월)
- 영국 리버풀: 머지사이드 댄스 이니셔티브 주최 세계 춤의 날 공연 (4월 30일)
- 뉴질랜드 웰링턴: 청소년 무용교육재단 주최 기념행사 및 무료 워크숍 (5월 1일)
- 캐나다 토론토: 국립발레스쿨 플래시 몹 및 특별 공연 (5월 11일)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