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여성의 뒷모습에 주목해 꾸준한 작업을 이어온 작가 정종기가 4월 13일부터 약 열흘 동안 <그녀의 뒷모습>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인간의 '뒷모습'에 꾸밈없는 순수함, 정직함이 있다고 말한다.

작품의 제목은 모두 '말하다(Talk)'. 뒷모습 그림에 말 걸기란 언뜻 부조리해보이지만, 작가의 뒷모습 그림을 찬찬히 바라보면 그럴 만도 하다.

시리즈 안의 여성들은 각자 새침한 듯, 그리운 듯, 선망하는 듯 한 이미지를 뿜어내고, 이를 정면에서 확실하게 마주하지 못하는 관객들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결국 그녀들에게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야기를 간직할 뿐 영영 드러내지 못하는데, 이를 두고 평론가 김복영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부동(不動)하는 그림자로 읽힌다"며 연작의 주제를 '상실과 부재'라고 표현했다.

그림 속의 여성들은 모두 탐스러운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어, 현대적 복식을 입었음에도 동양의 미인도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올 흩날릴 것 같은 사실적인 머리카락 묘사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 옅은 톤의 배경은 여성의 뒷모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작가의 말대로 풍속화이기도 한 여인의 뒷모습은 소통이 부재한 우리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듯, 무엇을 바라보는 듯, 멈추어있는 듯 그려진 그녀들의 뒷모습에 말을 걸어보자. 장은선 갤러리. 02)730-35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