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극단 목화, 안은미무용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첫 공식행사 진출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 춤, 음악이 에든버러에서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오는 8월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 안은미무용단(대표 안은미),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 김주호, 예술감독 정명훈)가 정식으로 초청받았다.

올해 손님은 아시아, 주빈은 한국

이제까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진출한 국내 단체들과 작품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넌버벌 퍼포먼스인 <난타>와 <점프>다. 이외에도 비보이나 개그 퍼포먼스 팀들이 에든버러를 밟아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이들이 진출한 것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공연자들에 의해 시작된 축제로, 공연을 위한 모든 비용은 자체 부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식행사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한국 예술단체가 공식초청된 것은 1947년 축제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예술가들의 작품이 유독 많이 포함돼 있다.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가 '아시아 예술(To the Far West)'이기 때문. 20일 주한 영국문화원에서 열린 회견에 참석한 재키 웨스트브룩 마케팅 디렉터는 "올해는 페스티벌 역사상 처음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아시아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하며 "예전에는 아시아가 유럽에 진출했다고 표현했다면 지금은 유럽에서도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틀에서 아시아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은미무용단의 <프린세트 바리>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에 초청된 아시아 예술 중 한국이 세 팀으로 가장 많다는 것. 특히 연극, 춤, 음악 등 각 장르에서 한국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고르게 초청된 것은 페스티벌 측이 한국 예술을 오랜 시간동안 눈여겨보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웨스트브룩 마케팅 디렉터는 "이번이 '아시아 포커스'라고 해서 한국을 초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늘 세계의 다양한 예술에 관심을 보여왔고, 특히 조나단 밀스 페스티벌 디렉터는 호주 출신이라 아시아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밀스 디렉터는 2년 전부터 한국 예술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예술가들과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트브룩 마케팅 디렉터는 이를 '휴먼 네트워크'라고 표현했다.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결실

2006년 오태석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런던 바비칸 센터에 초청되어 현지 언론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극단 목화는 이번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들고 에든버러를 찾는다. 한국식 운율로 재해석한 <템페스트(The Tempest)>가 그것이다.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는 "2006년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현지 연습실을 찾은 페스티벌 디렉터가 '이런 공연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냐'고 요청해 <템페스트>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작품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향의 생황 협주곡
오 대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생략과 비약, 의외성과 즉흥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템페스트>에서도 관객들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나단 밀스 페스티벌 디렉터는 이후 2007년에는 프린지 페스티벌에 진출했던 한국 예술단체들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2008년에는 서울아트마켓에 직접 참가하면서 한국의 예술가들과 만났다.

안은미무용단의 <프린세스 바리-이승편> 역시 2008년에 일찌감치 초청작으로 낙점됐다. 당시 독일의 피나 바우쉬 페스티벌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현지의 호평과 함께 조나단 밀스 에든버러 페스티벌 디렉터의 눈에도 들었다. 이번 전체 페스티벌 작품 중에서도 '주목되는 작품'으로 벌써부터 페스티벌 홈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안은미 대표는 "무당 설화에서 비롯된 <프린세스 바리-이승편>은 무당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을 담았다"고 설명하며 "자기 희생을 통한 진보가 위대하다는 생각에서 이 소재를 선택했다. 이런 바리의 희생과 여정은 예술가가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파격적인 실험을 통해 현대예술의 한 조류를 형성해온 안은미의 개성을 재확인하는 공연이기도 하다. 정가, 민요, 판소리 등 전혀 다른 장르의 소리꾼들을 한 무대에 세웠기 때문. 더 특별한 것은 이들이 배우로서 무용수들과 함께 '연기'를 한다는 점이다.

재키 웨스트브룩 마케팅 디렉터와 초청 3개 단체 대표들
안은미 대표는 "이제까지 정가와 민요, 판소리는 그 예술적 형식이나 소리내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한 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형식 파괴의 새로운 도전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야말로 에든버러가 찾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11년 유럽 투어의 일환으로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해, 정명훈 예술감독의 전문 분야인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과 함께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중 진은숙의 '슈'는 작곡가 최초로 동양 전통악기인 생황을 독주악기로 내세운 작품으로,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에 부합한다.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는 "1년 반 전에 조나단 밀스 디렉터에게 초청과 관련한 얘기를 들었지만, 유럽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 여부에 의구심이 들었다"고 털어놓으며 "하지만 우리도 유럽 시장에서의 음반과 투어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을 통해 유럽이 왜 아시아에 관심을 갖는지, 그중에서도 어떤 요소에 흥미를 느끼는지 관찰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8월 12일부터 9월 4일까지 약 한 달간의 축제를 진행할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탐사하며,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