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섭 개인전 나전 이용 다양한 조형실험… 기암괴석으로 기존작과 차별화

동양화인 듯하면서도 동양화와는 다른 매우 독특한 회화. 박희섭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전해지는 인상이자 특징이다.

박 작가는 한지를 배경으로 나무와 물, 바위 등 동양적 요소를 주소재로 삼아 작업하면서도 동양화에 필수인 지필묵 대신 나전을 이용한다. 몇 해전부터는 캔버스를 활용해 다양한 조형실험을 하고 있다.

이렇듯 화풍에 개성이 뚜렷한 박 작가가 4월 20일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자연에 따라서>전을 열고 또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낯익은 나무와 하늘은 여전한데 기암괴석이 비중있게 자리하고, 나무 또한 이전보다 강인하고 생명력이 두드러진다. 작업의 연륜이나 치열한 삶이 배인 흔적이다.

작가는 초기 자연의 영원성과 꿈을 대전제로 이를 십장생 등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한 <장생의 꿈>전(2001년)에 이어 물과 하늘을 소재로 자개(Pearl)의 자연성, 영원성을 상징한 전(2004년)을 거쳐 나무를 인체화해 치유와 자연(우주) 전체의 조화를 그린 <치유의 풍경>전(2006년)으로 발전하였다.

작업 무대를 베이징으로 옮긴 뒤에는 그가 실제 접한 나무와 자연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자연의 소소하고도 웅장한 진실에 귀 기울인 작품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작업실 주변에 황사바람을 막기 위해 방사림으로 조성된 버드나무숲은 매우 이국적이었고, 강인한 생명력과 함께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작가가 온몸의 감각으로 만났던 작업실 밖 풍경과 이를 통한 내면의 자각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겼다. 전(2009년)에서 굵은 줄기와 작은 가지로만 구성된 나무가 상징적이다. 풍성한 잎은 사라지고 오직 뼈대만 드러낸 나무는 그대로의 나무가 아닌 관념의 나무이다.

버드나무, 소나무, 참나무 같은 특정 나무가 아닌 그저 나무일반으로 환원된 나무이다. 이는 모든 존재는 그 존재 자체로 빛나고, 평범한 일상의 풍경에서도 삶에 대한 작은 깨달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연에 따라서>전은 나무와 배경의 변주가 다양하고 괴석이 조화를 이뤄 한층 작품 완성도가 높아졌고, 메시지의 울림이 넓고 깊다. 특히 동양적 정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괴석은 기존작들과 차이를 보이며, 자연의 또 다른 풍경 앞에서 자기 성찰, 명상, 열망, 기대의 새로운 감성을 일깨운다.

"괴석은 작업실 주변과 특히 서태후가 애용했다는 이화원의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시간의 무게라든지,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죠."

박희섭 작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나전'이다. 그는 동양의 정신이 담긴 현대회화의 표현 매체로 나전을 전용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으로 자개를 가늘게 잘라 손으로 하나하나 붙여 완성된 '삶의 나무'는 그래서 더 큰 감동과 위안을 준다. <자연에 따라서>전에는 그러한 나무들이 가득하다. 내달 3일까지.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