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우 개인전 'Pretty Powerful'필름 반전한 음화사진 '사람', '신체' 방점 둔 신작 15점 선보여

'Burning flower' 2011
"저에게 있어 사람의 신체는 작업의 시작이자 결과물입니다."

필름을 반전한 음화사진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고상우 작가는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의 개인전 'Pretty Powerful'을 설명하며 '사람'과 '신체'에 방점을 두었다.

전시작 'Lady Liberty' 시리즈, 'Burning flower', 'Oblivion' 등 대부분 여성의 신체를 작품화한 것에 대해선 "여성이 아름답고, 내 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품에서 '신체'는 캔버스 이상의 작가로서 실존성을 담보하는 매개로 비쳐진다.

"제 카메라 셔터가 '찰칵'하는 매 순간, 사람의 몸에 색채를 입히는 매 순간순간이 제가 예술가로 사는 이유입니다. 이런 순간들이 제 감성과 열정을 작업으로 만드는 순간들이지요."

'Lady Liberty' 2011
뉴욕을 기지로 아시아, 유럽을 종횡하며 다양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고 작가는 국내 다섯 번째인 이번 전시에서 이전과 다른 몇가지 점을 보여준다.

우선 신작 15여 점과 함께 페인팅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제작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전시장 안에서 상영해 작품의 심층적인 이해와 감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춤을 추는 여성모델의 전신에 그림을 그리고 카메라로 찍는 종합예술적인 제작방식은 문득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고 작가는 작업 방식보다 작품의 성격, 메시지에 무게를 두었다.

"제 작품은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으로 향하는 입구라고나 할까요. 제 작품은 현실과 픽션 사이의 가느다란 경계에 위치합니다. 일부는 환상이고, 일부는 자전적이며, 일부는 초현실적입니다."

이전 작업들이 관습, 인종, 성의 문제와 같은 다분히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다면 신작들은 좀더 보편적인 주제인 자유와 꿈, 그리고 이것들을 향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의 몸짓을 아름답고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여성의 신체와 꽃이라는 상투적인 소재를 회화, 퍼포먼스, 사진이 뒤섞인 특유의 제작방식과 색채의 반전을 통해 조형적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작품에 나비가 많이 등장하고, 사진과 퍼포먼스의 모델로 발레리나를 택한 것은 '자유'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의 이 발레리나는 이데올로기적 통념에서의 탈피와 개인적 삶에서도 자유와 독립을 강하게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의 모델로 제격이었다. 여기에 유연하고 율동감 넘치는 발레리나의 몸짓도 자유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전시에는 자신이 광대 차림으로 분장한 '삐에로' 시리즈도 내놓았다. "나는 광대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가능한 여러 장르를 섭렵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은 화가도, 사진가도, 행위예술가도 아닌 '작가'라면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도 사진이 아닌, '혼합매체'(mixed media)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한국현대미술의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고상우 작가는 2004년 한국일보가 선정한 세계를 빛낸 한국예술인 10인 중 한 사람으로 다수의 국제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홍콩 캣스트리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pioneer of blue photography(푸른색 사진예술의 선구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5월 8일까지 전시. 02)720-578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