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on the street'
젊은 작가들의 대안 미술공간을 지향하는 '플레이스막'에서 진행하고 있는 '막비오젝트'. 도심 속에 인공적인 생물 서식 공간을 뜻하는 '비오토프'와 프로젝트를 합친 말로,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생각을 함께 이어나갈 작가로 양쿠라가 선정되었다. 전은 철거 가옥 사이에서 살아남은 '바다사자'를 구출해내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곧 철거될 낡은 벽에 바다사자 한 마리를 그리고, 그 위를 쪼고 파내어 바다사자가 나올 만한 자리를 만든다. 작가는 이를 '벽을 오린다'고 표현했는데, 금세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벽에 그려진 노란 바다사자는 작가의 의도를 귀엽게,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굴착기와 정, 망치 등 파괴적인 도시 산물 아래서 조용히 바다사자를 응시하고 있는 작가의 비디오는 비현실적이다 못해 차라리 동화의 한 장면이다. 어떻게 무너져가는 건물 사이에서 '바다사자'를 만날 수 있을까.

현대사회의 풍경 속에서 바다사자는 어쩌면 불필요한 생명이다. 그 자리를 밀어내고 건물 하나를 더 짓는 것이 훨씬 이득일 수도 있다. 작가는, 그러나 우리는 이 '바다사자'를 함께 안고 가야 한다고 말한다.

바다사자로 치환되는 자연에 이제 다시 어떤 말을 꺼낼 수 있을지. 굴착기의 요란함 대신, 조용한 악수를 청한다면 '바다사자'는 흔쾌히 받아줄까.

4월 20일부터 5월 1일까지. 010-9169-338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