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차별 없는 접근' 원칙 G화장실 등 배려하는 삶의 환경 창조

무심코 지나가는 길, 매일 이용하는 공공시설이 얼마나 편협한지는 입장 바꿔 봐야 안다. 자연스러움을 살린 돌길은 유모차와 휠체어, 하이힐에게 너그럽지 않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은 비가 오면 미끄러운 자재로 만들어져 있다. 글자 위주의 교통 안내판은 외국인을 혼란에 빠뜨린다.

지난해 9월 경기도에서 기획한 '즐겁고 쾌적한 경기도 하루나들이' 워크숍에 참가한 공공디자인 전문가들은 시각장애인과 외국인, 무거운 가방을 지닌 사람의 입장에서 도시를 다시 겪었다.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수원역에서 경기도청까지 간 참가자는 이 동선의 불친절함을 지적했다. 점자 블록은 종종 중간에 끊겼고, 돌아가는 길로 안내했으며, 노란색으로 칠해져 주변의 시선을 모았다.

개선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답은 사람과 체험이다. 경기도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리를 도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접목시켰다.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공공공간과 건축, 시설물을 평가하고 원칙을 세웠다. 굴곡이 심한 보도, 너무 높거나 좁은 버스 승차대, 체계적이지 않은 안내판 등이 개선 대상이 됐다. 최근 펴낸 '경기도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에 그 내용이 실렸다.

경기도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은 '차별 없는 접근, ACCESS'로 요약된다. 심미성(Aesthetics), 편리성(Convenience), 쾌적성(Comfortability), 환경성(Eco Friendly), 안전성(Safety), 선택성(Selectivity)에 지역성을 더하겠다는 의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에스코트 존 설치 예
이중 안전성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위험하지 않을 것'을, 선택성은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가 공평하게 반영되고, 상황에 따라 사용자가 사용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을 뜻한다. 여기에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 다문화 가정과 노약자가 많은 경기도의 지역적 특성까지 고려된다.

'경기도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은 공공공간에서부터 공공건축물, 공공시설물, 도시시설물, 공공정보매체까지 공공디자인의 영역을 5개로 나누고 유니버설디자인 원칙을 적용한 사례를 설명한다. 입장 바꿔 고안한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배려하는 삶의 환경을 만들어낸다.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하는 '에스코트 존'이 좋은 예다. 횡단보도 중앙을 돌기가 있는 포장마감으로 처리하고, 이를 보도의 점자 블록과 연계되도록 한다. 주택가의 이면 도로나 스쿨존 등 걷는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 도로는 지그재그로 만들어 자동차의 주행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은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노인, 일시적 부상자 등을 위한 아이디어. 임산부나 유모차가 자동차에 오르내리기 쉽도록 주차공간의 간격을 넓히고, 주변 건물로 편안히 이동할 수 있도록 고려된 것이 특징이다.

건물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도록 하고, 단차가 없고 미끄럽지 않은 보행로를 만든다. 경기도는 공공주차장의 주차대수 중 20% 이상을 으로 설치하도록 권장한다.

G화장실 사례
화장실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실감하는 장소일 것이다. 경기도가 제안하는 G화장실은 장애인과 임산부, 노인 등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섬세하게 배려한 화장실이다.

영유아 동반자를 위한 기저귀교환대와 접이식 탈의대, 영유아거치대는 물론 임산부와 노인을 위한 간이침대, 인공방광을 이식한 환자를 위한 오스트메이트 등이 포함된다. 모든 시설은 왼손잡이용으로도 설치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이 한 차례의 환경미화가 아닌, 생활 속에서 지속될 수 있는 환경 조성임을 일깨운다. 매표소나 안내 데스크에 뚫려 있는 지팡이 거는 홈,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낮은 손잡이, 손을 쓸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발치에 만들어 놓은 엘리베이터 버튼, 색이 달라 눈에 잘 띄는 계단코, 외국인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픽토그램 등의 디자인에는 사용자 입장에 서 본 상상력이 녹아 있다.

경기도는 앞으로 '경기도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제정해 이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된다.

행정 담당자, 디자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의 도민이 유니버설디자인의 적극적 사용자가 되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된다. 유니버설디자인 문화는 약자를 배려하고 서로 존중하며, 삶의 터전에 애정을 갖는 구성원의 의식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G주차구역
'경기도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디자인경기 홈페이지(design.gg.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내용을 알기 쉽게 요약한 '경기도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북'도 함께 공개됐다.


변경 전
변경 후
식재대 등을 활용한 지그재그형 도로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