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드라마 마니아'라면, "어린이들, 지나간 자장면은 돌아오지 않아" 등의 주옥 같은 대사를 날리며 양 볼 가득 자장면을 밀어 넣은 '나상실'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주인공의 기억상실증이라는 식상한 장치로 이만한 효과를 낸 것은 자매 작가 홍정은, 홍미란의 역량과 더불어, '그런 것, 취향에 없거든'하는 표정에서, 순식간에 자장면을 '흡입'하는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의 덕이 크다. '환커 매니아'를 만들어냈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이 뮤지컬로 돌아왔다.

원작의 흥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꼬라지하고는"의 맛깔 나는 대사로 사그라진다. 오만하고 건방진 재벌 '안나 조'와 단순한 백수 '장철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감초 같은 역할이 더해졌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나상실'이 된 안나 조는 자신이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까칠한 성격은 본래 그대로다. 재벌이든 아니든 당당하고 기 센 '나상실'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남자 주인공의 보살핌을 받는 여느 여주인공과 다르게 비록 자장면의 좋고 싫음이지만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펼친다.

<환상의 커플>의 본진인 MBC에서 제작하고, 나상실 역에 배우 신주연, 이가은이, 장철수 역에 배우 김수용, 김보강이 출연한다. 5월 10일부터 7월 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368-1515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