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Ingres의 La Source'
달의 이미지가 넘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독특하게도 달의 기능적인 측면에 주목한 'The Moon' 전은 지구의 일출과 일몰, 계절 변화, 기후 변화 등을 이끄는 달의 인력 기능과, 지구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는 관찰자적 역할을 전시 주제로 끌어왔다.

지구의 역사를 찬찬히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내내 영향을 주고, 계속해서 회전하는 달의 모습은 작가들에게 스스로의 작업 연대를 돌아보게 한 듯하다.

각기 다른 작가들에게서 나온 작품들 사이의 어떤 유기성을 단박에 찾아보기란 어렵지만, 작가가 가장 애써 아끼고 사랑하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알게 된다면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애틋함과, 작가 고유의 알레고리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도시인들의 익명성이나, 생경한 풍경과 익숙한 인물의 이질적인 만남, 비현실적인 공간과 인물의 대비를 통한 아슬아슬한 긴장감, 꽃과 같이 지고 피어나는 인간의 생애 등을 다룬 작업들은 작가가 몇 해에 걸친 작업 끝에 만들어낸 그 만의 메타포다.

박상희, 박지영, 안동일, 양승윤, 유성하, 이고운, 이수진, 이은정, 이창희, 이효연, 전경화, 조정린, 조현익, 황인란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제법 큰 전시다. 작가의 메타포를 살펴보고 작가의 순환을 바라보고 이끄는 달이 되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5월 16일까지. 키미아트. 02)394-641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