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역사를 찬찬히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내내 영향을 주고, 계속해서 회전하는 달의 모습은 작가들에게 스스로의 작업 연대를 돌아보게 한 듯하다.
각기 다른 작가들에게서 나온 작품들 사이의 어떤 유기성을 단박에 찾아보기란 어렵지만, 작가가 가장 애써 아끼고 사랑하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알게 된다면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애틋함과, 작가 고유의 알레고리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도시인들의 익명성이나, 생경한 풍경과 익숙한 인물의 이질적인 만남, 비현실적인 공간과 인물의 대비를 통한 아슬아슬한 긴장감, 꽃과 같이 지고 피어나는 인간의 생애 등을 다룬 작업들은 작가가 몇 해에 걸친 작업 끝에 만들어낸 그 만의 메타포다.
박상희, 박지영, 안동일, 양승윤, 유성하, 이고운, 이수진, 이은정, 이창희, 이효연, 전경화, 조정린, 조현익, 황인란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제법 큰 전시다. 작가의 메타포를 살펴보고 작가의 순환을 바라보고 이끄는 달이 되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5월 16일까지. 키미아트. 02)394-641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