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원 초대전 'Meet Unexpectedly on the Road'이카로스 주제, LED 활용, 인간의 실존 문제 작품에 담아

날개를 단 인간들은 왠지 불안하다. 한쪽 날개가 태양에 의해 녹은 듯 형체가 불분명하거나 다른 정상적인 흰 날개는 추동력이 없어 보인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 같은 작품 속 주인공은 그리스신화의 이카로스를 떠올린다.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5월 11~20일 열리는 이주원 작가의 9번째 개인전 'Meet Unexpectedly on the Road(길에서 조우하다)'의 첫인상이다.

그런데 새삼 이카로스라니? 납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 갔다가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로스는 예로부터 예술의 소재가 돼왔다. 하지만 줄기차게 인간의 실존 문제에 천착해온 이주원 작가에게 이카로스는 여전히 신선한 주제다. 인간의 실존은 '지금', '여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화두라는 게 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가 이카로스에 관심 있는 것은 '날개', 즉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비상하려는 '의지'이다. '추락'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들에게 '실존'의 의미와 성찰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는 무수한 신들에 휘둘리며 실존하기를 포기하거나 망각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결핍적 존재이자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그 결핍을 채우는 것이 실존이고, 이는 자유 의지를 통해 발현된다고 본다."

전시장의 또 다른 작품들도 결핍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닿아 있다. 해와 달, 불과 같은 원시적 상징을 이용해 현대인의 실존과 초월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원시적 상징은 인간의 근본적 결핍을 자극하며 욕망하고, 갈등하고, 자유를 꿈꾸게 한다.

인간에게 실존적 한계 상황에 머물지 말고 매 순간 초월한 삶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라고 다그친다. 특히 불의 형상과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LED 빛의 형상은 인간의 근원적 갈망, 자유로움, 또는 삶의 원초적 에너지를 드러낸 상징으로 풀이된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종래 동양화 흑백작업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아크릴판에 LED 조명을 접목시킨 컬러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등 변화를 주었다.

전체적으로 단순한 형태를 유지한 것은 주체로서 주변의 세계와 조우하고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LED를 활용한 것은 다변화한 주변 세계와 좀 더 적극적으로 조우하고, 작품 의도를 강렬하게 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주거지에서 목격한 가볍고 환락적인 도시의 빛(문화)이 무거운 자신의 작업과 결합했을 때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그리고 코드를 꽂고 뺌에 따라 빛이 명멸하는데서 오는 생명력의 문제도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길에서 조우하다'
전시장을 나올 때쯤이면 저만치에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가 언뜻 비친다. 무심코 나서는 관객에게 그가 묻는다.

"이 영겁의 형벌을 내린 신에게 나는 굴복하지 않고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실존)했소, 당신은 어떻소. 납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비상해볼 생각은 있소?"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