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숲'
없는 풍경에 없는 사람을 그린 것 같은 시리즈는 그러나 있는 풍경과 있는 사람을 그렸다. 작가가 직접 체화한 풍경과 작가 자신의 초상이 만나 믿을 수 없이 동화적인 풍경이 탄생했다.

작품 속의 인물들, 작가 자신의 상징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은 분명하지 않은 의미로 분명한 역할을 한다. 리코더, 꽃 머리띠, 시폰 원피스, 금붕어가 든 어항 등은 회화를 장식하는 역할 외에 "기억과 경험의 구성물이면서 동시에 회화적 모티브로서 포즈, 공간 등의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어 분명히 정의될 수 없는 미묘한 심리적 감상적 세계의 일부"를 구축한다.

숲과 사슴, 연못, 금붕어, 금발 머리, 따사로운 햇살이 조합된 그림에서 우리는 협박이라도 당한 듯 따뜻한 이미지를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작가 이소연의 작품은, 필연적으로 따뜻해야만 하는 오브제들을 잔뜩 끌어안고 '차갑다.' 아트라운지 디방의 디렉터 김정현은 '날카로운 눈'과 '평면적인 표정'을 들어 이를 설명했다.

실제로 작품 속 인물의 얼굴빛은 선뜩할 만큼 하얗고 무표정하다. 그러나 단호하게 쏘아 붙이는 눈빛은 영화 <8명의 여인들>에서 풍겼던 미묘한 두려움을 다시 상기시킨다.

'Deer Forest' 전은 2007년 첫 개인전 이후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 이소연은 '나, 너, 우리'를 주제로 한 전시로 주목받았으며, '어둠을 기억하라!', '달려라, 토끼' 등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전시에 참여해왔다.

4월 14일부터 5월 15일까지. 조현화랑 서울. 02)3443-636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