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담배꽁초를 겹겹이 꽂아 만든 '악의 꽃', 1374개의 헤드라이트를 쌓아 만든 첨성대, 3088개의 스피커를 한 데 모아 재현한 선덕대왕신종. 이 작업들과 10년째 '죄수복'을 입고 작업하는 작가가 만나면, 관람객은 어디쯤에서 뜨악함을 멈추어야 할지 의문스러워진다.

이제 '화해'하겠다고 내놓은 작품이 16000개의 스피커를 붙여 만든 '소리의 방'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융합을 찾아야 하는지 영문을 모를 관람객 앞에, 작가 한원석의 작품은 그러나 화해의 제스처를 한껏 보여주고 있다.

버려질 물건들의 재구성은 허구적 이미지와 실제 속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현대의 상징적인 쓰레기로 쌓은 전통적 건축물은 과거와 오늘, 미래의 경계를 허문다. 소리를 내지 않는 스피커가 모인 방에서 들리는 '무방향성'의 발자국 소리는 스피커의 일방적인 시스템을 무너뜨린다.

큐레이터 이대형은 이 같은 특징을 "쓰레기와 예술, 인간과 자연, 문명과 환경, 전면과 후면, 빛과 그림자 등은 이원론적 구조 사이의 경계 위에 있다"고 정리했다.

어디서 무엇을 만들어낼지, 어떤 무용지물을 유용한 재료로 사용할지, 작가 한원석의 작업은 그의 행태만큼이나 예측불허다. 그러나 그래서 흥미롭고, 그래서 의미 있다. 버려진 사물에서 '욕망'을 읽어내는 작가의 다른 시각이 어떤 화해를 청할지는 오리무중. 그러나 이런 화해라면 흔쾌히, 청하고 받을 수 있다.

5월 19일까지. 갤러리 압셍트. 02)548-7662~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