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전) 남현주, '낙원을 꿈꾸며 Ⅱ'
'앉는 것'은 종종 직접적인 귀결로서 '생산'을 낳는다. 앉아서 밥을 먹고 글을 쓰고 계획을 짜고 앞일을 위해 쉬는 것은 생산의 단단한 토대다. 사람은 생산된 무엇과 필연적으로 엮여있는 바, 종종 의자는 사람 자체를 은유한다. 의자를 오브제 삼아 모인 다섯 명의 작가는 의자로 투영되는 스스로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까.

작가 남현주의 작품 안에서, 나비와 꽃이 그려진 동양 병풍 앞에 놓인 서양식 의자는 가운데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관람객은 이 풍경에서 이질적인 무엇을 읽어냄과 동시에, 의자로 표현된 어떤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핑크빛 꿈을 꾸다'에서 꿈을 꾸듯 빗겨 앉아 있는 것은 의자이고, '하늘사다리' 위에 편안히 누워있는 것 역시 의자다. '김 의자 씨' 라고 이름이라도 붙여주어야 할 듯 꼿꼿한 의자는 세밀하게 묘사되어, 관람객에게 여유 있는 인사를 건넨다.

반면 작가 손진아의 작품 속 의자는 패턴으로 존재하는데, 작품 속에서 의자의 이미지를 분명하게 찾아내기가 비교적 어렵다. 앞서 작가 남현주의 의자가 사람을 표현했다면, 작가 손진아의 의자는 에고를 드러낸다.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된 의자의 형태는 '무의식, 실존, 나르시시즘' 등의 보편적 자아를 마주치게 만든다. 작가 한정현의 의자는 활용 가능한 실제로서, 사람과 의자의 상호작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체화 했다. 예컨대 칸칸이 나누어져 코르크마개를 끼울 수 있도록 만든 의자는 개인이 사건을 기록할 수 있는 일기장이 된다.

작가 남현주, 손진아, 지석철, 황주리, 한정현이 참여하는 'A Chair Talks' 전은 4월 28일부터 5월 25일까지 갤러리 SP에서 열린다. 02)546-356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