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3'
순백색의 흙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운 도자기로, 백의와 더불어 깨끗한 민족성을 상징했다. 흰 바탕 덕에 어떤 것이든 품을 것 같고, 둥근 곡선은 푸근한 맛을 더한다.

온화한 빛을 뿜는 우윳빛의 유약은 흡사 '달빛'을 연상시킨다. '달항아리'만큼 빈 공간으로 숱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또 있을까.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나누어 만들고 붙여 구워내는 달항아리는 가마 안에서 종종 이그러져 제 모습을 잃는다. 그러나 살풋 들어간 옆선과 투박한 원형은 조선의 소박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굽는 대로 다르게 나오는 백자의 형태는 도예가의 열정에 불을 지핀다.

흙을 반죽하여 모양을 만들고, 정제한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일련의 과정은 또한 조선의 역사를 닮았다. 과연, 기다릴 줄 알고 품을 줄 알며 깨끗한 선비의 모습이다.

69년 국전 공예부에 입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분청사기로 유명세를 떨치며 40년 이상 도예작업에 매진했다. "밤하늘에 어둠을 흡수하듯 떠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다 순간 나와 달 사이의 거리와 달의 크기가 달항아리 크기로 다가왔다"며 달항아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작가는 그 애정만큼 녹록치 않은 내공을 지녔다.

대만, 영국, 캐나다 등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조선의 미를 펼치고 있는 그의 '달항아리'는 '넉넉한 큰 멋'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5월 9일부터 5월 18일까지. 갤러리 담. 02)738-274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