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로 '명품 연극'의 계보를 이어갔던 예술의전당이 2011년 공연작으로 연극 '나는 너다'를 선정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영웅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중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극 속에서, 나는 안중근, 너는 안중생이다. 다시, 나는 안중생이고, 너는 안중근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은, "나는 너"라는 대사에 묶인다.

시공간적 배경이 불분명한 곳에 한 사내가 떠돌고 있다. 그는 안중근의 아들 안중생. 사람들은 안중근의 아들인 그가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절을 하고, 아버지의 행동을 폄하했다며 친일파라 욕한다.

무대의 다른 편에서, 안중근이 대한의군의 참모중장이 된 모습이 묘사된다. 이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리라는 맹세를 하고, 손가락을 자른다. 1909년, 서른둘의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체포되고, 가족들 역시 고된 문책을 받는다.

재판을 받는 안중근에게 그의 어머니는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고 말하고, 이에 그는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다. 다시 사내로 돌아온 무대, 안중생은 자신의 인생과 의지에 상관없이 자신을 두려운 운명에 몰아넣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절규한다. 이때 아들에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너다.'

연극 '덕혜옹주', '배장화 배홍련' 등을 썼던 극작가 정복근과 '명성황후', '토요일 밤의 열기' 등에 참여했던 연출가 윤석화가 극을 이끈다. MBC 드라마 '주몽' 등으로 얼굴을 알린 송일국이 안중근과 안중생 역으로 출연한다.

5월 17일부터 6월 6일까지. 예술의극장 토월극장. 02)580-151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