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쏟아낸다. 그 복잡다단한 여자 아이들의 세계는 고스란히 이어져 쉽사리 몇 년의 간극을 뛰어 넘고, 그렇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꼭 여고 동창생이 아니더라도 공감을 얻는다.

연극 '매기의 추억'은 이 여고 동창생 4명이 펼치는 수다로 러닝타임을 이어간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2010 창작팩토리 출품작.

현선, 명자, 민자, 선민 등 중년이 된 여고 동창생 4명은 모교의 발전기금을 모으기 위해 부자 동창생의 집으로 찾아간다. 집 주인인 부자 동창생 성자는 골프 여행 때문에 외출 중으로, 집에는 타 지역 출신 가정부 아줌마만 남아있다.

성자는 돌아오지 않고, 가정부마저 자리를 비우자 동창생 4명은 차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를 나누며 격앙되던 동창생들은 부자 동창생의 냉장고를 뒤지고 드레스 룸을 훔쳐보는 등 점점 대담해지는데.

"그래, 제제! 나 그 소설 엄청 좋아했어. 제제는 뭐할까? 아저씨가 됐겠지? 지지리도 못 사는 그 동네 아직도 못 벗어났을 거야. 그지?" "뉴타운 개발이라도 됐을지 누가 알아." "뉴타운 됐더라도 아마 입주금이 없어 못 갔을 걸? 제제네 식구들은 그냥 평생을 그 꼬라지로 살 거야."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속 제제는 이들의 수다 속에서 암울한 현대를 닮아가고, 사실 '제제'는 그들 자신이다.

5월 26일부터 6월 19일까지. 정보소극장. 02)889-356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