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미법산수도'
현대 회화를 얼핏 본다는 것은, 비록 그것이 과거의 기법을 닮아 있더라도, 아쉬운 일이다. 같은 작품은 더욱 그렇다. 이 작품을 얼핏 본다면,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산수도'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 옆에 서 있는 남산타워와 케이블카, 보트는 굵은 선의 산과 너무나 같은 색채로 놓여있어서,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찬찬히 살펴보고 이들을 발견했음에도, 마치 거기에 애초 필연적 사물로 있던 듯,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

작가는 지극히 현대적인 방법으로 현대적 사물을 모사하고, 지극히 옛날의 기법으로 고즈넉한 풍경을 묘사한다. 전통적인 '새 그림'처럼 보이는 '新계자도'의 참치 캔과 비닐봉투는 실제 사물을 찍은 사진과 세밀한 붓질의 합작품으로, 현실 이미지의 순간적 모방이면서 그 작업 방식의 특이함으로 단 하나의 작품으로 남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대적 이미지, 특수한 복제의 이미지가 전면에 내세워지지 않는다는 것. 전통적 기법을 되도록 가리지 않는 선에서 존재하는 사진(모방) 이미지는 작가의 작품 관을 드러내는 듯하다.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유학한 후 산수도에 빠진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는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6번의 개인전을 치렀다. 작가 이은주의 작업을 보고 드는 생각은 산수화를 보는 것과 똑같이, '저런 곳에 가보았으면'이었다. 오히려, 산수화와 현대의 조합은 반가운 풍경이 될 수 있을 법하다.

5월 18일부터 5월 31일까지. 갤러리 토포하우스. 02)734-755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