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r'
'머리채를 잡다'는 말은, 필연적으로 감정의 폭발을 부른다. 동네 어귀에서 아줌마 둘이 싸우는 걸 연상시키는 이 말은 즉각적으로 폭력의 이미지를 상기하게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선, 머리카락> 전의 작업들은, 다행히도 이 '머리채를 잡다'에서 뒤엉킨 두 사람만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self-portrait'에서는 억압된 자아의 표출이 느껴지고, 'hair_self-portrait'에서는 머리카락을 헤집는 뒷모습만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법하다. 무채색의 머리카락 그림들은 관람자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가만히, 정지의 상태로 서 있다.

작가는 머리카락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두 가지 기법을 활용했다. 흑연으로 머리카락의 본질을 살려 그리는 한편, 영상 작업을 통해 역동적인 이미지와 컬러감을 살렸다.

평론가 김남은은 물이 흐르는 장면과 '머리카락 헤집기'의 장면을 병치하여 설치한 영상에 대해, 프랑스의 철학자 바슐라르의 말을 빌려 작가의 작업이 '이미지가 전달하는 감동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물질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머리카락의 특성을 밝히며, 이 재료적 특성이 '약한 것으로 강함을 대체하려는 시도와 두 개의 끝은 맞닿아있다는 기대를 부른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하나의 추상적 선으로 인식하여, 관람객과 자신 사이의 유대적 끈을 연상하는 작가. 그렇기에 우리는 흔쾌히,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5월 4일부터 5월 28일까지. 신한갤러리 02)722-849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