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lyricism 1-2011es1'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인류 최초의 조각상이다. 아마 그 이름보다 풍만한 몸매로 더 잘 알려졌을 이 조각상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커다란 엉덩이와 가슴이 눈에 띈다.

그런데 작가 김학제에 의해 금속성의 비너스로 재탄생된 이 조각상은, 다시 풍요와 다산의 의미로 읽어야 할지, 미래사회의 상징으로 읽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질료의 차이는 꽤 깊은 시간의 간극을 만들고, 시간의 간극은 또한 의미의 차이를 생성한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비롯하여, 돌하르방,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등의 이미지들은 이미 그 작품 이미지에 국한하지 않고, 하나의 미술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 아이콘들을 금속 재료로 다시 구현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평론가 고충환은 이 재해석된 금속 조각상들을 '사이보그'로 지칭하며, '역사시대에 출현한 사이보그 전사들로 인해 불현듯 현실이 낯설어지고, 가상과 현실이 전복되고, 가상이 현실에 비해 오히려 더 감각적인 현실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로봇 작업은 인류의 발전과도 닮아있다. 2000년대 이후 무섭도록 발전한 기계 문명에서, 작가는 다만 과거의 상징이자 아이콘을 불러 모아 그때의 서정을 다시 상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시대에, 다시 풍만하고 따뜻한 '비너스'를 떠올릴 수 있을까.

5월 6일부터 6월 3일까지. 갤러리 비케이. 02)790-707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