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Project-#008'
대개, 우리는 사진과 회화를 보며 캔버스 속의 장면을 상상하고, 그 기점에서 이야기를 진척시킨다. 캔버스 밖의 세상은 논외 대상이 아니다. 사실 그 프레임이 이미지를 한정해 버렸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관람객의 탓은 아니다.

누구도 프레임 밖의 세상을 보라고 알려준 이가 없다. 이에, 작가 백승우가 <판단의 보류> 전으로 우리에게 말한다. '사진 밖의 세계를 보라'고.

<판단의 보류> 전에서는, 전시 제목이 주는 그대로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 판단을 보류하라는 제목에 그대로 따르는 것이 또 다른 아이러니를 낳는 정도는 전시장의 '아이러니적 재배치'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Archive Project' 연작에서는 가만히 제 색을 드러내고 있는 풍경에 '판단의 보류'를 더해, 그 밖의 세계를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seven days' 연작에서는 오전, 오후, 밤으로 제목을 우선 정한 후 재배치한 도쿄의 풍경을 통해 관람객의 기대를 무너뜨린다.

작가 백승우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각기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은유' 하고자 하며, 나아가 '이미지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오류의 가능성을 시사' 한다. '아무도 사진을 읽지 않는다.' 사진작가에게, 이는 얼마나 외로운 선언인가. 프레임 밖의 세상을 보는 것, 프레임 안의 세상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로 작가의 외로움은 덜어질 수 있다.

5월 13일부터 7월 3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02)733-894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