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밤이 날아오는 사이에 생기는 숲 속 현기증'
메두사의 눈을 마주치는 사람은, 혹은 사물도, 모두 돌이 된다. 메두사는 자신의 시선으로 어떤 감상을 이끌어내기 이전에 두려움의 감정과 만나게 되고, 이 감정마저 곧 '돌'로 치환되어 결국 메두사의 시선 앞에 어떤 것도 무용지물이다.

그리하여 왜곡된 이미지만을 마주치게 되는 메두사는, 각기 다른 말을 하는 뱀 머리카락처럼 무신경하며 외로운 삶을 산다. '오만함'의 가면을 쓴 채.

<메두사의 오만한 시선> 전으로 모인 젊은 작가 5인의 작업들은 각자 어떤 관계에 의해 모였는지 분명히 보이지 않지만, 이 '관계없음'의 모임이 또 다른 상상력을 낳는다.

예컨대 곰 인형의 밑에 빨간 실로 'hold me tight'를 수놓은 작가 이지양의 작업과 장지에 유화로 작업한 작가 이정은의 '밤이 날아오는 사이에 생기는 숲 속 현기증'은 서로 상충되는 작업 매체와 이미지를 한 공간 안에서 동시에 보여주며 하나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보다 더 나아간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 외 작가 장영원의 회화는 사진이나 미디어 등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합성, 삭제, 재배치하며 이미지의 재구성을 시도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이미지가 '다른 형상들과 접촉될 수 있는'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 작가 박종혁은 '등대'의 이미지에 집중하여 '개인과 외부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하고자 했으며, 작가 김정우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거나 마주하지 않는 공간들을 '탐색'하여 공간을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5월 13일부터 5월 26일까지. 갤러리 쿤스트독. 02)722-889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