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 연극인 협회 선정 베스트 작에 이어, 2002년 동아 연극상에서 연출, 작품, 연기로 3관왕에 올랐던 연극 <돐날>이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초연 당시 앙상블을 이루었던 극작가 김명화와 연출가 최용훈이 다시 뭉쳐 극의 탄탄함을 더했고, 같은 연극을 통해 연기상을 수상했던 배우 홍성경도 합류했다. 8년 전 386세대에 대한 작품으로 평단의 호평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던 아성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돌잔치 음식을 위해 모여든 정숙의 친구들은 부침개, 산적 등 잔치 음식을 만들며 20대 시절을 회상한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기름 냄새는 현실을 잊게 만드는 데 제격. 그러나 산적 타는 냄새로 이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돌잔치가 열리고, 술을 마시고 화투를 치는 남자들과 음식을 나르는 여자들의 모습이 무대 위를 누빈다.

잔치의 주인공인 아이는 금세 들어가고, 어른들만이 남은 잔치에서 정숙의 남편은 '음식이 동이 났다'며 정숙을 타박한다. 정숙은 마른 오징어를 꺼내오는 것으로 무마하려 하지만, 이들의 애정 역시 '말라버려'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 가난한 탓에 음식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던 정숙과 싸우던 남편 지호는 끝내 잔치를 엎어버리고 나가는데.

작품 중간중간 실제 음식을 하며 사실적인 냄새를 풍기는 연극 <돐날>은 관객들과 배우들 사이의 간극을 허물고, 관객들이 실제 돌잔치에 참여한 듯한 느낌을 준다.

연극의 작가 김명화는 초연 당시 작가 노트에서 "30대는 보편적으로 꿈을 상실한 나이이며, 동시에 제도적 안정과 스스로의 속물성 사이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나이"라고 말했다. 돌잔치로 풀어나가는 30대의 고단한 인생, 허무한 인생과 싸움만 남은 잔치가 꼭 같다.

6월 3일부터 7월 1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02)762-001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