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특별전 동서 유럽 순회전서 암 투병 타계까지 사진·영상물 등 선보여

199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역사박물관에서의 문신 조각전
한국 현대미술이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말부터이지만 오랜기간 '세계성'을 인정받으며 선구자적 활동을 한 작가는 백남준과 문신 정도다.

두 사람은 1960년대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백남준은 비디오 아티스트로, 문신은 추상 조각의 대가로 명성을 떨쳤다.

백남준이 미국과 독일을 오가면 활동한 반면, 문신은 1980년 프랑스에서 영구 귀국한 후 자신의 예술세계를 남길 미술관 건립에 전력하면서 의 명작을 탄생시키는 등 창작 활동에 혼신을 다했다.

특히 1990년 동·서 유럽 순회전을 시작으로 95년 타계하기까지 암 투병 중에도 여러 걸작을 제작하는 등 마지막 예술혼을 불살랐다. 이 시기는 국내 미술의 국제적 위상 제고라는 현안과 위대한 예술가 정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은 5월 20일 문신의 생애 중 1990년부터 1995년 타계하기까지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특별전 <세계의 빛이 되다(1990-1995년 활동전)>를 개최했다.

1990년 유고 자그레브 국립현대미술관 안티소리치 관장이 문신초대전 축시를 하는 장면.
문신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1988년, 프랑스의 세자르 등 세계적 조각가들이 결집한 가운데 이라는 작품으로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것을 전기로 1990년부터 대규모 동·서 유럽 순회전을 갖는다.

그해 2월 파리 아트센터 전시를 시작으로 유고 국립현대미술관, 이듬해 헝가리 국립역사박물관 전시를 가졌으며, 1991년 7~10월에는 파리시립미술관 특별초대전에서 영구의 헨리 무어, 미국의 알렉산더 칼더와 함께 '세계3대조각 거장전'이 개최돼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문신은 14년의 작업 끝에 1994년 고향인 경남 마산에 문신미술관을 개관하고, '불빛 조각'이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한데 이어 95년 임종을 앞두고는 대법원 조형물 창작을 위해 괌으로 작품 구상을 떠나는 등 생애 끝자락까지 예술가 정신에 투철했다.

특별전은 전시, 시 작품 발표, 음악회 등 3부로 구성되며, 전시는 동서유럽 순회전 사진을 비롯해 1990~95년 전시 도록, 팸플릿, 영상물, 친필원고, 불빛 조각 창작 관련 내용 및 사진 등을 7월 5일까지 선보인다.

개막일인 20일 오후에는 이건청 한국시인협회장, 서울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오세영 시인 등 6인의 시인이 문신을 모티프로 한 창작시를 발표하였고, 이어 숙명여대 가야금연주단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대법원 청사의 '화-95'(1995년작)
문신의 부인인 최성숙 문신미술관장은 특별전에 대해 "예술을 통한 문화 국위를 생각해보고,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답을 얻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림픽 1988'
'불빛조각'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