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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맛 '모듬 발레' 한자리에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4대 발레단과 8명의 안무가, 클래식·모던·창작발레 선보여
  • 광주시립무용단의 '명성왕후'
자기만의 개성을 뽐내는 데 주력하던 발레인들이 소속과 장르를 떠나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오직 '발레'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공연하고 관객과 이야기하는 발레 전문 페스티벌이 마련된 것이다.

6월 12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최초로 국내 발레인들이 모여 클래식과 모던발레의 유명 레퍼토리를 비롯해 창작발레까지 무대에 올리는 '올 댓 발레' 이벤트다.

4대 직업발레단의 정수를 맛본다

이번 첫 번째 축제에서 흥미로운 것은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직업발레단 네 곳의 공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발레'라고 하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만 떠올렸던 관객 앞에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 광주시립무용단(예술감독 김유미)의 새로운 발레와 함께 안무가들이 창작한 신작발레도 접할 수 있는 모듬 메뉴가 차려진 셈이다.

한 작품을 딱 한 번씩만 공연할 수 있는 이번 공연에서 각 발레단은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발레를 선택했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 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다.

  • 대한민국발레축제 기자간담회
이번 무대에서는 국립발레단과 '백조의 호수'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경기필하모닉의 구자범 지휘자와 코리안심포니가 축제의 서막을 열게 된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얼마 전 영화 '블랙스완'도 있었고 작년 연말에 호평을 받기도 해서 올리게 됐다"고 작품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뒤를 잇는 것은 서울발레시어터의 'LIFE IS...'와 광주시립무용단의 '명성황후'다. 'LIFE IS...'는 이번 축제를 통해 새로 선보이는 작품이고, 한국 창작발레의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9년 초연된 '명성황후'도 서울에서는 첫 공연으로 주목된다.

창작발레 작품을 들고 나온 두 발레단은 이미 익숙한 레퍼토리보다는 한국발레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은 "민간단체로서 공연하기 힘든 공연장에서 공연하게 되어 기쁘다"며 "네 단체가 모여 공연하면서 서로의 색깔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이 장식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공연을 준비할 기간이 충분치 않아서 선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공연한 지 몇 년 된 '지젤'을 관객들도 보고 싶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창작발레 지원으로 창작활성화 유도

  • 서울발레시어터의 'Life is...'
한편 이번 축제가 기존의 발레 이벤트와 다른 점은 발레단의 익숙한 레퍼토리의 재연보다는 안무가들의 창작발레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에만 치중해왔던 발레계가 발레의 저변 확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 자신의 창작발레를 선보이는 이들은 조직위원회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8명의 안무가들이다.

총 19편의 작품이 참가 신청을 한 가운데 1차 서류심사와 2차 인터뷰 심사를 거쳐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를 비롯해 백영태 강원대 교수, 김경영, 차진엽, 이종필, 정현주, 정미란, 정형일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축제 기간 동안 각각 2회씩 공연하는 기회를 갖는다.

김혜식 조직위원장은 "이번 발레축제는 새로운 개념의 창작 활동을 주도할 역량 있는 젊은 안무자들을 발굴하고 우수한 창작 작품을 적극 지원해 창작활성화를 이끈다는 목표 아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원회는 향후 이들의 예술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작품 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seed money)을 지원하고, 우수한 작품들은 재공연을 통해 레퍼토리로 정착시키는 계획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첫 행사인 만큼 아직은 미흡한 점도 적지 않다. 발레단들의 공연도 준비가 부족했고, 개별 창작발레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벤트들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앞으로 더 고민할 부분이다.

김경애 운영위원장은 "지난 연말 (행사를 추진해온)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임기 문제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내년부터는 더 충실히 기획과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연일 들려오는 해외 콩쿠르 수상 소식과 꾸준히 이어지는 국내 관객들의 관심. 그럼에도 발레의 인기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데는 산발적으로만 이어지는 공연 행태도 한몫 했다. 이번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이처럼 대중이 대규모의 발레 이벤트를 필요로 할 때 등장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를 눈여겨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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