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캔캔프로젝트 'RE: Nature'디자인, 미술, 건축, 음악 등 다양한 장르 잊힌 것 재해석

송봉규, 'Matter and Matter- Leg tea table'
디자이너 송봉규의 가구에는 사연이 많다. 군데군데 칠해졌다 벗겨진 색의 흔적, 드문드문 거칠어지고 패인 나뭇결에는 세월이 담겨 있다. 한때 인도네시아에서 사람과 짐을 나르고, 바다를 가르던 배로 만들었다.

그 오래된 내력이 가구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소박한 형태를 돋보이게 하고, 삶의 현장에서 쌓인 내공을 전해 준다. 디자이너는 해체된 배에서 얻은 나무를 가공하지 않고, 하나하나 손으로 다루어 의자와 탁자의 쓸모를 더했다. 그에게 디자인이란 세상의 속도와 변화에 밀려나는 가치를 되살리는 일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스페이스캔에서 열리고 있는 2011캔캔프로젝트 'RE: Nature 재:생'은 되살림의 미학을 펼쳐 보이는 예술 축제다. 디자인과 미술, 건축과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장르가 잊힌 것들을 재해석한다. 기교와 수식이 아닌, 밝은 눈과 돌보는 태도에서 출발하는 예술이다. 현재의 과잉 생산과 소비의 순환 구조, 그로 인한 병폐들에 대한 반성이자 대안이다.

디자이너 류은영은 뉴욕과 런던의 벼룩시장에서 찾아낸 1960~70년대 핸드메이드 테이블보로 만든 'Are you READY?'를 선보인다. 서로 다른 시공간의 단서들로 맞춘 퍼즐 같은 작품이다. 전시장 벽면에 걸려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미술작가 양진우는 버려진 물건들을 수리하거나, 과장된 장식을 더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으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세영은 낭만적인 꽃 장식이 특징인 1950년대 모자들을 현대화했다.

류은영, 'Are you READY?'
건축가 고기웅의 '욕망의 재생'은 1923년부터 2010년까지 지어진 주택의 도면을 매개로 삶에 대한 사회적 욕망을 다시 드러내 보이는 작업이다. 도면 속에서 삶의 방식과 행복의 개념, 건축의 재료와 기술 등의 이야깃거리를 발굴해 낸 발상이 재미있다.

씨어터그룹 성북동비둘기는 아서 밀러 원작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준비했다. 20세기 초 대공황을 배경으로 사회적 가치의 혼란과 인간 소외를 그린 원작의 내용을 현대에 옮겨 놓았다.

되살려야 할 것은 파괴되어 가는 환경, 쉽게 버려지는 물건과 역사뿐만이 아니다. 관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여러 겹의 천을 겹치며 동양적인 정신을 구현하는 패션디자이너 엄미리와 치유 효과가 있는 동작을 연구하는 무용가 조윤신이 협업한 무대 'RE: Body'도 마련된다.

' RE: Nature'는 6월15일까지 이어진다. 기간 중 예술가와 관객들이 소장품을 주고받을 수 있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일정은 홈페이지(can-foundation.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766-766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