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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보다 더 가치 있는 게 있을까?

(17) 제주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영화 <아바타>가 판타지라면, 현실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가까워
  •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갈 수 없는 땅. 독가스를 뿜어내는 곰팡이 덩어리들이 촘촘히 박힌 이곳에 사람은 살 수 없다. 곰팡이 덩어리는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고, 사람이 살 땅은 그만큼 좁아진다.

사람들은 '부해'라 불리는 이것을 태우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부해를 지키는 거대한 곤충 오무가 나타나 저지당한다.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4년 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이 부해를 통해 오염된 지구의 단면을 드러낸다. 부해는 자연의 자기 정화 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오염된 땅이 늘어나는 만큼 부해의 개체도 번식한다. 자연을 오염시킨 데 대한 뼈아픈 대가인 셈이다.

제주 올레길 7코스에 강정마을이란 어촌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비롯해 유네스코의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전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비경을 가진 강정마을 앞바다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을 정도로 풍부한 생물의 서식지이다.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이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이자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이기도 하다.

  • 영화 '아바타'
그러나 요즘 인터넷 검색어로 '강정마을'을 입력하면 천혜의 자연환경보다 '경찰폭력', '강제연행' 등의 검색어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환경적 가치를 무시하고 이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발표가 난 후, 강정마을은 4년째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오고 있다.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지금에도 각종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 사전작업 중에 버려진 스티로폼이나 폐비닐이 올레길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가 하면, 이곳 공사현장에서 날아온 콘크리트 가루는 백년초 자생군락지를 뒤덮었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로 추정되는 게도 고사해 조사 중이다.

또한 몸을 던지며 공사를 막는 주민들에 대한 폭행 시비도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이곳이 미 해군기지가 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정부와 해군의 '블루오션을 위한 미래사업'이라는 말에 전 도지사가 앞장섰고, 새 도지사가 당선된 후에도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수용한다는 공식적 입장을 밝혔다. '희소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신봉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천혜의 자연환경보다 더 가치 있는 자원이 있을까?

가까운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구인들은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려고 하지만 독성을 가진 대기로 인해 어려움에 부딪히자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 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해 원격 조종하는 아바타를 만들어낸다.

그 무리에 들어갈 것을 명받은 인간이 제이크다. 판도라의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인간이 전투를 감행하면서 평화롭던 판도라 행성은 불길에 휩싸이고 황폐해져 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해피 엔딩이다. 판도라의 모든 동물과 나비 족, 그리고 제이크가 나서서 그들을 이겨낸 덕이다.

자연의 만물이 오염자를 적극적으로 응징하는 <아바타>가 판타지라면, 현실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더 가깝다. 최근 경북 칠곡을 비롯한 주한미군 주둔지 고엽제 매립 논란과 곳곳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가 말해주듯, 한국에서 살 만한 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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