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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함께 숨 쉰 미국미술의 역동성

[이것이 미국미술이다: 휘트니미술관전]
'허드슨강파', 추상 표현주의, 팝 아트 등 '오브제' 모티프로 재구성
  • 앤디 워홀, 'Green Coca-Cola Bottles', 1962
일상 속에 세계가 파고들어 있는 오늘날 한 국가 특유의 미술을 규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니 가능하기는 할까. 6월 11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것이 미국미술이다: 휘트니미술관전>은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전시에서의 미국미술의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휘트니미술관의 성격부터 알아야 한다. 철도왕의 증손녀이자 조각가였던 거투르드 밴더빌트 휘트니가 1914년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만든 휘트니스튜디오로부터 출발한 휘트니미술관은 검증된 작가들만 받아들였던 기존의 미술관들과는 달랐다.

문턱이 낮고 현장과 호흡하는 미술관이 설립 모토였기 때문에 주로 생존 작가의 전시를 열어 현재의 들끓는 공기를 공유했다. 20세기 이후 가장 동시대적인 미술의 중심지로 자리잡아 온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휘트니미술관 소장품의 역사에는 세대를 넘어 고정불변한 미국미술이 아니라 시대·사회적 정황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해온 미국미술의 역동성이 담겨 있다.

19세기 허드슨강을 따라 펼쳐진 아름답고 장엄한 풍광을 화폭에 옮겨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했던 '허드슨강파'의 시선은 20세기 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이 모여든 도시 속 삶의 공간을 따뜻하게 돌아본 '애시칸파'의 태도로 이어졌다.

  • 로이 리히텐슈타인, 'Still Life with Crystal Bowl', 1973
사실주의에 머물러 있던 미국미술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13년 열린 아모리쇼. 인상파에서 다다이즘까지 유럽의 새로운 조류를 소개한 이 전시회 이후 미국미술에서도 전위적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브루통과 달리, 레제와 샤갈, 몬드리안 등의 예술가가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해 왔다. 지역에 갇혀 있던 미술계가 외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냉전 시대 미국 정부가 소련과 벌인 '문화 전쟁'은 미국미술이 추상표현주의로 흘러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미국의 문화적 우위를 입증하려는 정치적 지향은 이상과 미래를 가시화한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졌다. 폴록과 드쿠닝 등이 당시의 대표적 작가.

1960년대 이후 물질적 풍요는 팝 아트의 모태가 되었다. 앤디 워홀과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의 발랄하고 탐스러운 작품들은 맥도날드, 코카콜라와 함께 전 세계를 매혹했다.

<이것이 미국미술이다> 전은 이런 미국미술의 특징을 '오브제'라는 모티프로 재구성한다. 마르셀 뒤샹이 자전거 바퀴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사건 이후 널리 퍼진 용어인 '오브제'는 일상용품이지만 기존 맥락에서 벗어남으로써 낯설게 보이는 미술 요소를 뜻한다.

  • 웨인 티보, 'Pie Counter', 1963
<이것이 미국미술이다> 전은 '아메리칸 아이콘과 소비문화', '오브제와 정체성', '오브제와 인식'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아메리칸 아이콘과 소비문화'에서는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의 '성지'로서의 미국을 은유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코카콜라, 말보로 담배, 패스트푸드, 대중문화 등 미국적 소재들을 대하는 탐욕의 시선, 유희의 시선, 때로는 자조와 역설의 시선이 웅성거린다.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웨인 티보, 톰 웨셀만, 제프 쿤스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

'오브제와 정체성'은 오브제에 정체성의 문제를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추상표현주의의 주관성에서 벗어나고자 일상용품을 도입한 재스퍼 존스와 로버트 라우센버그, 여성과 이민자의 정체성을 표현한 마리솔 에스코바와 엔리케 차고야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브제와 인식'에서는 일상을 투과하는 상상력이 펼쳐진다. 오브제를 초현실적으로 재조립한 만 레이, 일상용품의 크기나 재료를 엉뚱하게 변형시키는 클래스 올덴버그,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시각적 착각을 만들어내는 실비아 플리맥 맨골든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이외에 미국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미국미술의 시작'도 마련된다. 존 슬론, 마스든 하틀리,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오스카 블뤼머 등 20세기 초반 미국미술의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작가들이 소개된다.

  • 만 레이, 'La Fortune', 1938
<이것이 미국미술이다> 전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휘트니미술관 소장품전이다. 전시 기간 동안 미국미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좌가 열린다. 일정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o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리차드 에스테드, 'The Candy Store', 1969
  • 크리스토 'Package on Hand Truck',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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