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수, '스즈키상의 변절Ⅱ'
매년 5월과 6월, 꽃이 햇볕을 이길 수 없을 때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봄맞이'를 치렀다. 이번의 봄맞이는 <불시착, 낯선 풍경> 전과 함께다. 그런데 이 조각품들, 심상치 않다.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차곡차곡 놓인 작품들은 봄과 어울리기에는 차갑거나 투박하고, 생명의 태동이라기보다 폭발에 가까운 모양을 띤다. 관람객들은 금속으로 만든 조각품들과 작은 꽃이 핀 정원의 이질적인 만남 앞에서, 그야말로 '불시착, 낯선 풍경'을 느낀다.

작가 송명수는 오토바이를 해체해 색을 입히고 네모난 프레임 안에 붙였다. 오토바이는 이 작업을 통해 하나의 '프라모델'로 다시 태어난다. 작가 신한철의 '증식'은 연속적으로 끝없이 자랄 것 같은 세포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작품의 붉은 빛깔이 보여주는 역동적인 이미지도 이 '생명력' 키워드에 한 몫을 한다.

작가 채미지의 동그란 작품들은 주변의 온도에 따라 발그레 달아올랐다가 차갑게 식는다. 낮에는 빨간색의 거대한 적혈구처럼 보이고, 밤에는 초록색의 구형 방석처럼 변한다. 이쯤 되면, <불시착, 낯선 풍경> 전의 작품들이 어떻게 '봄'과 만날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어느 날, 이질적인 기계와 생명들이 행성 외부로부터 도달해 익숙한 공간에 불시착한다면'을 주제로 시작한 '낯선 풍경'들. 이 낯섦이 모여 만드는 또 하나의 낯섦을 발견하는 것도 신선한 즐거움을 줄 듯하다. 생명을 뿜어내는 불시착 조각들, 의외의 봄을 품고 있다.

장수원, '산란된욕구Ⅲ'
5월 3일부터 6월 14일까지. 02)2124-8800


박지호, '무제-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