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Round Earth's lmagined Corners'
희미한 이미지가 주는 단단한 긴장들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았으리라.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무엇'이 확실하지 않을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기에 오늘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고, 모호한 내일을 산다. 영국 출신의 작가 세실리 브라운은 특유의 추상 화풍으로 '제3의 의미'를 창출하고자 했다.

흐트러진 풍경들은 거친 붓질로 묘사되고 작품은 그저 감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화폭 속에 펼쳐진 초록색 풍경은 언뜻 숲 길 같다가도, 슬쩍 비치는 살구색의 그림자는 사람의 얼굴 같다. 자연을 그린 듯, 문명을 그린 듯, 엉켜있는 사람을 그린 듯 모호한 이미지들은 아무 메시지도 던지지 않음과 동시에 열린 주제를 표현한다.

'언타이틀'의 몇 가지 작업을 제외하고 작업 전반에 상당히 구체적인 제목을 붙였는데, 그 마저도 '절망', '상상', '비탄' 등의 단어와 혼합되어 명확함을 잃는다.

데미안 허스트가 대표하는 YBA가 영국 미술을 장악하던 당시, 작가 세실리 브라운은 60년대 추상미술로의 회귀를 꿈꾼다. 드 쿠닝, 조안 미첼 등 대표적 추상화가의 맥을 이어 인간의 욕망과 사랑을 표현해오던 작가는 초반 직접적인 성적 묘사로 뉴욕 화단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소개되는 19점의 작품들은 과거의 표현 기법을 덜어내고, 보다 본질적인 추상표현에 가까워졌다. 전시는 5월 27일부터 6월 24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02)733-844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