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백일 동안 붉다고 하여 '백일홍'으로 불리는 이 꽃은 달리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만큼 붉다. 이 백일홍이 피고 지는 과정을, 정말 백일 동안 숨죽여 지켜본 작가가 잇다.

작가 최영돈은 전남 담양군의 명목헌 정원 배롱나무 숲에서 배롱나무에 피는 백일홍을 2008년부터 3년간 촬영했다.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오랜 기간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터. 백일홍의 어떤 매력이 작가를 압도했을까.

100장의 사진이 담긴 'baek il hong-06'. 백일홍이 아직 고개를 들기 전부터 백일홍이 만개했을 때와 고개를 숙일 때를 모두 잡아냈다. 새파란 어린잎에서 붉은 꽃이 돋아나고 떨어져 지는 숨 가쁜 백일홍의 일생, 그러나 이 여정을 따라가는 사진 작업은 고즈넉한 흥취를 가득 풍긴다.

작품 에서 흐드러지게 핀 백일홍의 모습이 살짝 발랄함을 내비칠 뿐, 작가의 작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자에 앉은 선비가 된 듯 마음이 빈다.

작가 최영돈은 백일홍의 흔적 속에서 미학을 찾고, "존재의 생성과 소멸의 경과지표를 성찰"하고자 했다. 구체적인 시간을 품고 생생하게 남겨진 '존재의 미학'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 앞일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다.

전시는 5월 18일부터 6월 12일까지 금산갤러리에서 열린다. 02)3789-631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