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광와 오렌지 5'
스테이플러 철심으로 빌딩 숲, 고가도로와 롤러코스터 등을 표현했던 작가 김정주가 이번에는 주변의 사물로 주제를 옮겼다. 사과와 오렌지, 컵 등 주변의 오브제를 스테이플러 철심으로 재현하면서, 과거 거대한 건축물을 묘사하던 것보다 더욱 실제에 가까운 묘사가 가능해졌다.

작가의 작업은 스테이플러 철심으로 구축한 입체구조지만, 실제로 전시장에 걸리는 작업들은 이 입체 작업들을 어떤 공간 안에 배열해 찍은 평면 사진이다. 실제 오브제를 스테이플러 철심으로 재현한 후, 다시 평면화하는 작업 방식이 흥미롭다.

특별한 작업 형태는 전시 제목 '함의'로 묶인다. 화면의 구도와 형태를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를 따온 작업들과, X축과 Y축의 관계를 한 줄의 수식으로 나타내는 데 상반되는 어리둥절함, 입체와 평면, 가상과 현실의 넘나듦이 한데 어우러지고 이는 공간 형태 사물에 대한 숨겨진 사유다.

평론가 윤형주는 "<함의> 전은 한 마디로 작가 김정주가 과거의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미결의 문제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의> 전은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83년생의 젊은 나이가 무색하게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5월 19일부터 6월 18일까지. 가인갤러리. 02)394-363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