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 저희 옌볜에서는…" 몇 년 전 한 코미디언의 개그 소재로 등장하여 기하급수적인 숫자를 쏟아냈던 '연변'의 이미지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붉은색 타이와 사투리로 잔뜩 희화되었던 그 옌변의 엄마 '복길순'은 한국 땅에서 코미디보다 더한, 그러나 유쾌하지 않은 '블랙 코미디'를 본다. 서울에서 다리를 다친 아들의 수술비는 천만 원. 이 천만 원을 벌기 위해 길순이 가정부로 들어간 집의 딸은 '프랑스 푸들'을 사기 위해 천만 원을 달라 조른다.

여성, 외국인, 노동자. 한국 사회의 약자 키워드를 죄 끌어안은 이 '연변 출신 가정부'는 그렇기에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모조리 겪고, 바라보고, 느낀다.

학생운동을 하며 한국 사회를 바꿔보려는 아들과 한국이 싫어 프랑스를 꿈꾸는 딸이 함께 사는 집은 사회의 축소판이고, 고급 승용차와 넓은 집과 병치되는 안마시술소의 이미지는 현실의 양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눈이 먼 채로 팔려간 길순의 딸과, 딸의 내연남이 진 빚을 갚는 연변엄마의 삶은 현실이라고 말하기조차 벅차다.

연출에 박상현이, 극본에 김은성이 참여한다. 배우 강애심이 연변엄마 복길순 역을 맡아 열연한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지원사업 선정작. 팔도의 사투리와 빠른 극 전개로 한국 사회를 들여다 본 연극 <연변엄마>, 자본주의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까.

5월 27일부터 6월 12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02)3668-0029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