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극으로는 드물게 3년 이상 각 극단의 무대에 올라 하나의 '레퍼토리'를 구축한 연극 <도둑놈 다이어리>. 연일 유명 배우의 출연으로 흥행몰이에 나섰지만, 연극의 장수 비결은 스토리다.

현대판 홍길동을 자처하는 두 형제의 좌충우돌 범죄 행각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들을 상대로 다시 한 번 도둑질을 시도하는 두 여주인공의 모습도 흥미롭다. 이들의 이야기, 권선징악으로 묶일까, 아니면 사랑 이야기로 묶일까.

부패한 사람들의 돈만 훔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는 두칠과 정노. 이 두 도둑들의 집에 아름다운 미녀 마동나가 세 들어 살게 된다. 그녀를 미인으로만 알고 있는 두칠과 정노.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그녀 역시 형제의 돈을 노리는 도둑이다.

두칠은 마동나가 도둑인 것을 알아차리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게 된 마동나는 형제의 금고 앞에서 마음을 잡지 못하게 되는데. 정노를 좋아하던 희진이 강도로 돌변하면서 이야기는 더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권력과 물질 위주의 사회에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지 오래지만 여전히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이는 우리 모습, '도둑놈 다이어리' 속 도둑놈의 목소리에 당당할 수만은 없다.

돈에 무너진 사랑과 사람, 값을 치르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배우 조훈, 류성현, 최명화 등이 관객의 마음을 훔치러 온다.

5월 27일부터 오픈런. 한성아트홀 2관. 02)741-025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