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감성의 촉발제다. 이문세의 노래 '빗속에서'에서는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김태우의 '사랑비'에서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든다.

촉촉하게 내리는 비 아래 잔잔한 분위기만 생각한다면 오산. 락 페스티벌에 내리는 비는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는 더운 날씨의 단비다. 브로드웨이에서 2005년 첫 선을 보인 뮤지컬 <서커스 레인>은 통통 튀는 빗속의 발랄한 분위기를 표방했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거의 전 세계를 돌며 사천 여 회 이상의 공연을 선보인 팀의 능란한 묘기는 농익을 대로 익었고, 음악과 스토리를 가미해 뮤지컬 형식으로 꾸민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눈을 빼앗는다.

가장 주목할 만 한 점은 화려한 무대 장치. 무대 말미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레인'은 배우와 관객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동심으로 되돌린다. 일렉트릭과 보사노바가 합쳐진 음악은 뮤지컬 <서커스 레인>이 서커스 묘기에만 치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만큼 완성도가 높다.

뮤지컬 <서커스 레인>은 캐나다 대표 서커스 단체 서크 엘루아즈와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합동해 만든 '하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1부였던 뮤지컬 <노비아> 역시 <레인>과 비견할 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의 연출을 맡았던 정점의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의 '하늘 서커스'. 꿈과 환상의 세계에 이야기가 더해지니, 뮤지컬 <레인>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6월 24일부터 7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1577-526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