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63세 불구 매혹적 무대 '비올레타' 러브콜 이유 있네

성악도들에겐 이미 신적인 존재로 불리는, 이탈리아 벨칸토 소프라노의 무대는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았다.

그녀가 독창회가 아닌 오페라 공연을 위해 내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관객들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너무도 잘 알려진 인기 레퍼토리인 만큼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마리엘라 데비아가 소화해낸 비올레타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으며, 매혹적이었다. 그 덕에 지난 5월 29일의 저녁은 황홀했다.

수지오페라단(단장 박수지) 제작으로, 지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공연됐다. 알렉상드르 뒤마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동백꽃을 든 여인>을 개작한 작품이다.

붉은 동백꽃을 들고 화려한 무도회와 살롱 등의 사교장을 드나들던 파리의 고급 창부 비올레타가 주인공으로, 순진한 청년 알프레도를 만나면서 전개되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드를 만난 후 화류계 생활을 청산하지만 알프레드의 아버지 제르몽의 반대에 부딪혀 그를 떠나 고독하고 병든 삶을 마감하게 된다.

63세의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리엘라 데비아는 최근까지 세계 무대에서 비올레타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2008년에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2009년에는 이탈리아 마체라타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피치의 연출로 공연했으며, 지난해에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명불허전의 무대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녀의 나이와 관련해서는 이번 무대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풍부하게 감성이 밴 목소리와 아리아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연기력이 끊임없이 그녀를 '비올레타'로 러브콜하게 하는 이유임을 알 수 있었다.

알프레도의 순수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현실로 갈팡질팡하는 1막의 '아, 그이였던가'부터 극의 절정인 3막에서, 병든 삶을 마감하며 애절하게 부르는 '안녕, 지난날이여'까지, 크지 않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정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이날 그녀만큼 많은 박수를 받았던 이는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제르몽 역의 최종우였다. 특히, 아들에게 고향에 함께 돌아갈 것을 권유하며 부르는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에서 아버지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로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의 분위기를 완성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주역 못지 않은 합창단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러나 공연 전반에 걸쳐 종종 드라마를 위해 등장한 듯한 2인 무는 오히려 아리아에의 몰입을 방해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