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 전반 고흐ㆍ모네ㆍ밀레 등 회화ㆍ데생ㆍ사진 총 134점 선보여

반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photo RMN / Musée d'Orsay-GNC media, 2011
"이 강변에 앉을 때마다 목 밑까지 출렁이는 별빛의 흐름을 느낀단다. 나를 꿈꾸게 만든 건 저 별빛이었을까?" 동생 테오에게 이 같은 편지를 써 보냈던 반 고흐는 결국 이 강물 위로 흐르는 빛나는 별빛을 화폭 위로 옮겨냈다.

프랑스 남부 아를 지방의 론 강과 검푸른 하늘을 찬란하게 물들인 별빛은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속에 눈부시게 담겼다. 특히, 이 작품은 37년 생애 중 10년간 불꽃처럼 그림을 그린 반 고흐가 색채의 신비를 구현해낸 시기에 완성됐다.

'아를의 고흐의 방', '해바라기' '카페 테라스' 등과 함께 고흐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 전시된다. 지난 6월 4일에 개막한 <오르세 미술관전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을 통해 인상주의 작품이 대거 선뵌다.

회화 73점, 데생 24점, 사진 37점 등 총 134점이다. 지난 2007년에 오르세 미술관 전을 개최했던 지엔씨 미디어가 4년 만에 다시 오르세 미술관 전으로 찾아왔다.

프랑스 파리의 철도 역사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오르세 미술관은 매년 6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곳이다. 인상주의 미술의 보고로 알려진 오르세 미술관의 인상주의 전시실 공사가 진행되면서 반 고흐, 모네, 고갱, 르누아르, 밀레, 앵그르 등 인상주의 화가를 비롯해 19세기 대표 화가들의 작품의 해외 반출이 가능해졌다. 이번 전시가 이루어진 배경이다.

밀레, '봄' ⓒPhoto RMN / Musée d'Orsay-GNC media, 2011
현대 서양미술의 출발을 알린 인상주의가 당초 클로드 모네의 '해돋이 인상'(1872년)에 대한 조롱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을 단 몇 분 안에 흘리듯 그려낸 그림은 당시 평론가들에게 거친 미완성작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사실주의 화풍이 대세였던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이 볼품없는 그림이었던 그것은 이후의 주류 화풍이 된 인상주의의 서막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모네의 초기 작품도 전시된다. 인상파 화가 이전에 초상화로 인정받았던 그는 실물 크기의 인물을 대형 화폭 안에 그려 넣었는데, 이번에 전시되는 '고디베르 부인' 이후에는 초상화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모네의 초기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지난해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대규모 <모네 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연못', '센 강변' 등 빛과 색이 신비롭게 어우러지는 작품과 그의 첫 아내 카미유의 임종 직후 모습을 담은 '임종을 맞은 카미유'에서 모네 작풍의 개성과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인상주의 작품만 전시되지 않는다. 프랑스 아카데미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앵그르와 카바넬, 사실주의 회화의 거장 쿠르베와 밀레, 그리고 모네를 비롯한 고흐, 르누아르, 드가, 세잔 등의 인상주의 화가를 비롯해 고갱과 드니, 발로통으로 묶이는 상징주의 화가들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옥타비우스 힐, '핀레이 가의 아이들' ⓒPhoto RMN / Musée d'Orsay-GNC media, 2011
특히,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과 마찬가지로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르누아르의 '소년과 고양이' 등은 좀처럼 오르세 미술관을 벗어난 적 없던 작품들이다.

전시 구성은 주요 전시작품인 인상주의의 색채감에 주목하지 않고, 화가들의 일상적 삶과 생각에 초점을 맞춰졌다. '인간과 전설(신화, 문학과 음악, 역사)', '인간과 현대적인 삶(가족, 노동, 여가)', '인간과 자연(인물, 풍경)', '고독한 인간(우울, 고독 그리고 죽음)' 등 총 4가지의 테마로 나뉘어 당대의 예술가들의 삶과 화가들의 감성, 작품 속의 숨은 이야기를 조명한다.

"고전주의 대표작가인 앵그르와 카바넬의 작품은 비너스의 이상적인 모습을 통해 신비스러운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사실주의 거장 쿠르베와 밀레의 걸작인 '봄'을 통해서는 19세기 화가들의 꾸밈없는 시각을 읽어낼 수 있죠. 또 인상주의 작품은 화가들이 그리고자 했던 세상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줍니다." 주최측은 화가의 시각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들 화가 외에도 유럽 최고의 사진 컬렉션을 보유한 오르세 미술관의 사진 작품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과 로버트 애덤슨의 사진을 비롯해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 에드워드 스타이켄,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그리고 르위스 하인 등 사진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의 원본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9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계속된다.

카바넬, '비너스의 탄생' ⓒPhoto RMN / Musée d'Orsay-GNC media, 2011

스타글리츠, '봄날의 아이' ⓒPhoto RMN / Musée d'Orsay-GNC media, 201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