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전개와 위상'전출품 작품 영상물, 도록 등 통해 40년 역사 체계적으로 보여줘

'한국현대회화전' (뉴욕, 1958년) 팸플릿 표지
한국 현대미술은 100년이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1900년대 초중반 일본을 통한 서양 미술의 유입 및 정착화 과정을 거쳐 해방과 전쟁의 혼란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현대미술의 힘을 드러내면서 오늘날 아시아 미술의 한 중심국가로 자리잡았다.

특히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전 참가와 해외 전시는 한국 미술의 위상을 크게 높였을 뿐만 아니라 국가 간 문화예술 교류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한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 역사를 짚어보는 전시가 국내 최초의 미술자료 전문박물관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5월 26일부터 7월 23일까지 열린다.

<195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전개와 위상>전이라는 타이틀의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소개되기 시작한 195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의 40여 년의 역사를 출품 작품 영상물, 도록, 리플릿, 포스터, 신문ㆍ잡지 기사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1963년) 팸플릿 표지
김달진 박물관장은 "한국 현대미술이 해외에 소개된 지가 50년이 되고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은데 이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만한 자료가 없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해외진출 40여 년의 공과(功過)를 정리하고 싶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전시장은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에 알리기 시작한 1950년대 주요 국제전으로 문을 연다. 1953년 조각가 김종영(1915~1982년)이 국제공모전에 입상한 작품의 영국 테이트갤러리 전시, 이항성ㆍ유강열ㆍ정규 등이 해외 국제전에 처음 참가한 1958년 미국 신시내티 미술관에서 열린 <제5회 국제판화비엔날레>, 한국현대미술을 국제 무대에 최초로 소개한 <한국현대회화>전(1958년, 뉴욕) 등이다.

이어 1960년대는 국가 단위로 처음 참가한 1961년 <프랑스 파리비엔날레>, 국제전 초청을 처음 받았던 1963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일본에 한국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했던 1968년 <한국현대회화전> 등이 눈길을 끈다.

이 과정에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파리 비엔날레 참여 작가 선정을 두고 너무 추상화에 치우쳤다며 구상화가들이 반발해 서명 연판장을 돌린 '108인 연서 소동' 자료는 당시 미술계의 국제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말해준다.

1970년대 해외전 중에는 한국의 단색화를 공식적으로 표면화한 1975년 도쿄에서 열린 <한국5인의 작가 다섯가지의 흰색전>이 상징적인 전시로 꼽힌다.

'한국5인의 작가 다섯가지의 흰색전'(도쿄, 1975년) 팸플릿 표지
1980년대는 국제적으로 한국 현대미술이 알려지기 시작했음을 가늠하게 하는 1981년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Korean Drawing Now'전, 한국의 민중미술과 문화운동을 세계에 처음 소개한 1988년 뉴욕에서 열린 <민중미술전-한국의 새로운 문화운동>전이 두드러진다.

1990년대는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시기로 김창열ㆍ박서보ㆍ이우환 등 우리나라 대표 단색화의 경향을 유럽에 선보인 <자연과 함께>전(영국, 1992년), 뉴욕 교포작가들과 한국의 민중계열작가들이 참여해 미국내 반향을 일으킨 <태평양을 건너서:오늘의 한국미술>전(뉴욕,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 10년을 맞아 첫 초대 형식의 한국특별전으로 열린 <호랑이 꼬리>전(1995년)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박물관측은 시대별 주요 국제전 및 해외전을 선정하면서 공정성을 담보하는 연장에서 전문가 설문조사로 '한국 현대미술 해외전시 베스트 6'을 선정했다.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서성록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김홍희 전 경기도미술관장, 최열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박서보 화가, 김승덕 독립 큐레이터, 윤범모 미술평론가 등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공동1위로 1975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 흰색>전과 1992년 영국 리버풀 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린 <자연과 함께>전이 선정됐다.

1993년 뉴욕에서 열린 <태평양을 건너서:오늘의 한국미술>전이 뒤를 이었고, 그 외 1995년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전, 1961년 <제2회 파리 비엔날레>, 1988년 뉴욕의 <민중미술전-한국의 새로운 문화운동>전이 공동 순위를 차지했다.

'민중미술전-한국의 새로운 문화운동전(뉴욕, 1988년) 팸플릿 표지
이상의 설문조사 자료와 6월 3일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진출, 그 현장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 내용은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김달진 관장은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무대에 진출하는 방향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전시회 자료와 앞으로 펴낼 단행본이 해외에 한국 현대미술을 알리고 국내 미술사 연구자들의 참고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02)730-6216.


'태양을 건너서:오늘의 한국미술전'(뉴욕, 1993) 팸플릿 표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 관장
'호랑이 꼬리전'(베니스, 1995년) 팸플릿 표지
'백여명의 연판장 소동' 기사(경향신문, 1963년 5월 25일 자)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