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트옥션, 성종대왕비 공혜왕후 어보 등 미술품 200점 경매

'성종대왕비 공혜왕후 어보'
"이번 경매는 미술품을 판매하는 옥션 본래의 테두리에 있지만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환수한다는 점을 주목해주기 바랍니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마이아트옥션의 공상구 대표는 6월 9일 열리는 두 번째 경매를 앞두고 행사의 독특한 취지를 밝혔다. 제2회 마이아트옥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미술품이 국내에서 해외로 반출되었던 것으로 이번 경매를 계기로 국내에 안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우선 성종대왕비 공혜왕후의 '휘신숙공혜왕후지인' 어보(御寶)가 주목된다. 공 대표는 "평생동안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국내의 한 소장가가 198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환수해온 것으로, 그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던 43점 중 한 점이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제작된 어보는 모두 366점으로 국내 국립고궁박물관에 316점, 국립중앙박물관에 4점, 고려대학교 박물관 1점, 국외 미국 LA카운티(라크마)박물관에 1점이 소장돼 있고, 나머지 43점은 소재가 불분명한 터였다.

공혜왕후 어보는 연산군 12년(1496년)에 제작된 인장으로 15세기 어보 제작의 양식을 볼 수 있는 자료적 가치와 잃어버린 어보를 미국에서 환수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추정가는 3억 원 이상이다.

'분청사기인화문 경주부장흥고' 명호'
회화작품 중 조선후기에 제작된 십장생도는 일본에 반출됐던 것을 국내 소장가가 구입해 보관해온 것이다. 이란 작품은 하늘에 해와 구름, 백학이 배치되고 암산과 폭포를 배경으로 사슴들이 커다란 소나무와 바위 사이를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모습을 짜임새 있게 잘 표현한 수작으로 궁중화원의 작품으로 판단된다.

특히 화법에서 단원 김홍도 특유의 정두서미법(처음 붓이 시작되는 부분은 못과 같이 크고 강하며 힘이 넘치고, 그 끝은 날렵하며 가늘고 휨)과 역지법(밖에서 안으로 그리는), 선묘법 등이 뚜렷하고, 궁중 장식화임에도 자유분방한 표현이 단원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2008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최고가(8억 8000만 원)를 기록한 십장생도보다 예술성이 뛰어나 추정가 10억~20억 원 선에 나와 있다.

출품작 중 임진왜란 이전인 1572년에 제작된 마패는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문화재로 일본에서 환수된 것이다. 조선시대 병풍인 '화조자수10곡병'(추정가 2000만~3500만원)은 1991년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것을 국내 소장인이 구입한 것이다.

이렇듯 경매를 통한 문화재 구입은 현실적인 문화재 환수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5월 말 프랑스가 보관해온 외규장각 의궤가 들어오고, 올 가을 일본으로부터 조선왕실의궤를 반환받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로 해외로 반출된 14만여 점(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의 한국 문화재를 환수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십장생도팔곡병(十長生圖八曲屛)'
불법 유출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설령 불법으로 유출된 문화재라 하더라도 각국의 이해관계라는 높은 벽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강구되는 것이 문화재를 기증받거나 구입하는 방안이다. '구입'으로는 경매시장에 나온 한국 문화재를 직접 매입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제2회 마이아트옥션 경매는 해외에서 환수된 문화재 외에 국내 소장가의 명품작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출품작 200점 중 회화작품으로는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영ㆍ정조 시대의 대표 작가인 호생관 최북의 '연강귀주도'(추정가 8000만~1억2000만 원), 단원 김홍도의 '홍경해형도'(추정가 3억~4억원), 현재 심사정이 56세 가을에 그린 '유청소금도'(추정가 5000만~8000만 원), 남종 문인화의 경지를 개척한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8000만~1억2000만 원) 등이 돋보인다.

도자 중에는 15세기 제작된 '백자상감연당초문병'(추정가 5000만~8000만 원), 청화로 시문하고 진사로 전면을 채색한 '백자진사채석쇠문묵호'(추정가 4000만~6000만 원), 역사적인 기록과 도자기가 제작된 양상을 보여주는 '분청사기 '경주부장흥고' 명호'(추정가 1억3000만~2억 원) 등 다양하다.

현대작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철조를 도입한 조각가로 알려진 송영수의 동으로 만든 부조 장식 '성가족(聖家族)'(추정가 1350만~2500만 원)을 비롯해 백남준의 '93휘트니 비엔날레 서울 판화세트'(추정가 600만~1500만 원), 천경자의 부채에 그린 '개구리'(600만~800만 원) 등 작가 명성에 비해 가격이 높지 않은 중저가 작품들이 다수 출품됐다.

특히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고증적 성격을 띤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일본 외교관 하나부사 요시모토(1842~1917)가 1876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에 보낸 보고서 등의 '조일수호조규관련문서 13건'(추정가 2800~3500만 원)은 일본이 조선 침탈을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 자료이다.

'은장도 50점 일괄'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직후 지인에게 쓴 편지(추정가 400만~1000만 원)는 혁명의 목적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으로 6.25 전쟁 후 격변과 혼란의 시대 속에서 고뇌하던 한 지도자의 열정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밖에 한석봉(1543~1605)과 차천로(1556~1615)라는 당대 최고 서예가와 최고 시인의 합작품인 '오송시'(추정가 1900만~3800만 원), 조선시대 여인들의 정절의 상징인 등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작품들이다.

공상구 대표는 "이번 경매를 계기로 우리 문화재가 가장 많이 반출돼 있는 일본과 해오던 종래의 교류를 심화해 반환이나 기증, 구입을 통해 문화재 환수에 더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원 김홍도 '홍경해형도(弘景解形圖)'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