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탈리아 정통서 창작 오페라, 어린이 뮤지컬까지 5개 작품 선보여

벨리니의 '청교도'
'백조의 노래'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아리아로 유명한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 벨칸토 오페라 대표작 중 하나이자 벨리니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17세기 영국의 종교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다.

여주인공 엘비라가 사랑을 잃고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 '그리운 목소리가 나를 부르고'와 엘비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아르투로의 화려한 기교가 압권인 '사랑하는 이여, 그대에게 사랑을' 등의 명곡이 나온다. 그러나 가슴을 사로잡는 명곡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무대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적이 있다.

이유는 그토록 아름다운 아리아들 때문이었다. 작곡 후에 곡에 적합한 성악가를 캐스팅하는 것과 달리 벨리니는 종종 성악가를 미리 정해놓고 작곡했다.

그가 아끼던 테너는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던, 전설적 테너 조반니 바티스타 루비니였다. 소프라노 역시 고 음역대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는데, 이 때문에 한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작품을 다시금 성공적으로 불러들인 소프라노가 마리아 칼라스였다.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한동안 공연되지 못했던 벨리니의 <청교도>가 무려 15년 만에 공연된다.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페스티벌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전문 지휘자와 연출가뿐 아니라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주역과 국내 정상의 성악가가 '아름다운 노래'를 한국 무대에 되살린다.

푸치니의 '토스카'
국립오페라단과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주최로 6월 23일부터 7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는 총 5개 작품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이것이 오페라다! (This is Opera!)'를 주제로 국립오페라단의 어린이 오페라 <지크프리트의 검>,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청교도>, 베세토오페라단의 <토스카>, 호남오페라단의 <논개>, 구미오페라단의 <메밀꽃 필 무렵> 등이 공연된다.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 2편과 창작 오페라 2편, 그리고 어린이 오페라 1편으로, 지난해 바로크 오페라와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가 공연되었던 것보다 작품 구성이 다채로워졌다. 국립오페라단을 제외한 4개 단체는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에 소속된 전국 80여 개의 오페라 단체 중 심사를 통해 선발됐다.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콜로라투라(기교적이고 화려한 선율)의 진수를 보여주는 <청교도>에 이어 7월 2일부터 6일까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 등의 아리아로 유명한 푸치니의 <토스카>가 계속된다. 창작 오페라 <논개>는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메밀꽃 필 무렵>은 7월 21일부터 24일까지다.

앞선 네 편의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며,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각색한 어린이 오페라 <지크프리트의 검>은 7월 1일부터 10일까지 토월극장에서 선뵌다.

오페라 '논개'
이탈리아 오페라 못지않게,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줄 두 편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임진란 진주성 싸움 당시, 왜장을 껴안고 강물로 뛰어든 논개를 전면에 세운 오페라 <논개>는 2006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최우수작으로 이듬해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재공연된 바 있다.

성악가뿐 아니라 판소리가수가 등장하고 성악 합창과 소리꾼 합창, 국악관현악기와 서양관현악기 등 동서양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한국적 선율과 정서를 오페라의 형식에 담아낸 시도가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다.

이효석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 역시 무대뿐 아니라 사물놀이패가 등장해 한국의 토속적 정서를 드러내며 한국 문학의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이들 오페라 공연뿐 아니라 축제의 분위기를 살리는 행사들도 마련된다. 개막식 행사가 열리는 6월 18일에는 한강 세빛둥둥섬(플로팅아일랜드) 미디어아트갤러리(야외 수상무대)에서 <피가로의 결혼>,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친숙한 오페라가 공연된다.

7월 1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CTO(Children Tour Opera - 교실 속 오페라여행) 공연단과 국립오페라단 아카데미 수강생, 국립오페라단 동호회합창단이 음악회를 꾸며 축제의 분위기를 돋운다. 다음 날에는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을 통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