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티 모르', '젝스 탄츠' 리뷰이리 킬리안의 서로 다른 두 작품 앞뒤로 이어져 공연

'프티 모르'
'모던'이라는 이름이 붙은 예술사조에는 항상 모호함이 느껴진다.

기존의 예술 형식을 부정하며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려던 모더니즘의 세례가 배어 있기 때문일까. 발레와 현대무용, 혹은 춤과 연극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모던 발레 역시 구분짓기에 익숙한 관객들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하지만 클래식 발레의 유치한 서사나 현대무용의 난해함 대신, 발레의 역동적인 테크닉이나 현대무용의 단순한 서사를 결합한 어떤 모던 발레는 오히려 짧은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이번에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이리 킬리안의 두 작품, <프티 모르(Petite Mort)>와 <젝스 탄츠(Sechs Tanze)>가 바로 그렇다.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이리 킬리안은 현존하는 최고의 모던 발레 안무가다. 모던 발레 선구자이자 1세대를 모리스 베자르, 롤랑 프티, 존 크랑코라고 한다면 그는 이들을 잇는 2세대의 선두주자다.

'젝스 탄츠'
존 크랑코의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무용수로 입단했던 킬리안은 크랑코의 연극적인 발레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이후 그는 천재적인 안무 재능으로 오늘날 댄스씨어터의 대명사로 불리는 NDT(네덜란드 댄스씨어터)를 최고의 무용단으로 만들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음악과 맞물려 위트 있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이번 두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프티 모르>는 '작은 죽음'이라는 뜻이 가진 뉘앙스처럼 은은한 섹슈얼리티를 품고 있다.

6명의 남자와 6명의 여자가 등장하는 무대에선 무대를 덮을 만한 커다란 천으로 거대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철제로 된 치마 토르소의 활용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차르트의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음악 중 가장 아름답고 대중적인 피아노 협주곡의 느린 부분이 쓰인 음악은 무용수들의 절제된 움직임과 맞물리며 시선을 이끌었다.

반면 이어지는 <젝스 탄츠>에서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웃통을 벗은 모차르트들이 얼굴에 분칠을 한 여자들과 호들갑을 떨며 막춤을 추는 장면은 몇 분 전 <프티 모르>의 무게감을 순식간에 날려버릴 정도로 유쾌하다.

또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모차르트들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하얀 가루는 이들이 지나간 빈 공간에 한참 동안 머물며 독특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정신없는 이들의 촌극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등장하는 치마 토르소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두 작품은 분명 다른 작품이지만 앞뒤로 이어진 공연에서는 치마 장치로 연결된다. 그러나 <젝스 탄츠>의 유머러스한 정서는 끝까지 이어지며 마임과 슬랩스틱, 막춤과 분가루가 난무한 끝에 비눗방울로 끝을 맺기까지 '모던 발레식 희극발레'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여섯 개의 춤'이라는 의미답게 공연은 시종일관 정신없이 전개된다. 모차르트가 전쟁과 혁명의 시대상을 여기서 쓰인 6개의 독일무곡에 담아냈듯이, 킬리안도 특별한 이유 없는 6개의 극을 연결시킴으로써 우리 마음 속의 복잡한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두 작품은 이런 작품 안의 맥락을 짚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안무로 구성됐다는 점이 공통된 장점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이 이리 킬리안이 오랫동안 최고의 안무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