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작품] (19) 반값 등록금'트루맛 쇼', '황금의 돼지'처럼 속 시원하게 알려줬으면…

반값 등록금 촛불 시위
"10년간 물가 31% 오를 때 등록금 최고 82% 올랐다."

어딜 가나 반값 등록금 이야기다. 대학 입학 전인 이들은 곧 다가올 두려운 미래에 대한 경각심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다음 세대를 위한 공정 사회 건립을 위해, 대학에 재학 중인 이들은 당장 졸업 후 갚아 나가야 할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으로, '미친 등록금'을 잡는 일에 어떤 세대도 무관하지 않다.

젊은이들은 한밤중에 도로를 점거해 우레와 같은 소리를 지르고 어른들은 피자와 햄버거로 소리지를 힘을 보충해준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사립대를 기준으로 1 명의 학생이 1년간 내야 하는 등록금은 평균 480만 원에서 754만 원으로 뛰었다. 만화가 강풀이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만화 '모모씨 이야기'는 매년 인상된 등록금이 현실에서 어떻게 청춘의 목에 칼을 겨누는지를 표현한다.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을 받아도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부 3학년에 1000만 원의 빚을 진 박모 군, 대출한 학자금을 못 갚아 졸업 후 신용불량자가 되어 아예 취업을 못하게 된 정모 씨, 세 살 터울 남동생과 번갈아 휴학과 입대를 하며 학교를 다녔지만 결국 2500만 원의 빚을 지고 동생의 제대 전까지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유모 양.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위), 일본드라마 '황금의 돼지'(아래)
매년 뚜렷한 명분도 없이,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을 보고 있자면 이제는 분노를 넘어 궁금증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 막대한 등록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교수들의 월급에? 대학 축제에 걸 그룹을 부르는 것에? 아니면 교직원의 단골 룸살롱에? 도대체 그 많은 돈, 다 어디에 쓰시나요?

등록금 출처, 누가 몰카라도 찍어줘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영화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도, 계절에 맞는 공포 영화도 아닌, 지난 2일 개봉한 한 초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방송사 PD 출신의 김재환 감독이 찍은 영화 <트루맛 쇼>는 TV에 소개되는 맛집이 방송사와 식당의 검은 로비에 의해 '조작된 맛집'임을 밝혀내는 통쾌한 폭로 다큐다.

집단의 평균 도덕성을 심하게 웃도는 이 괴짜 감독은 사실 규명을 위해 아예 일산에 가짜 식당을 차리는 통 큰 사기극을 펼친다. 방송사와 제작사 측에 소위 협찬금이 건네지는 장면, 작가가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엉터리 메뉴를 만드는 장면, 리액션 전문 가짜 손님을 섭외하는 장면 등이 식당 곳곳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를 통해 여과 없이 펼쳐진다.

이 영화의 영향인지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의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 '오! 식객로드' 코너가 최근 중단됐다. 한 끼에 5000원으로는 아무것도 사먹을 수 없게 된 요즘, 영화는 우리가 내고 있는 밥값의 일부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얼마 전 채널 제이에서 방영된 일본 드라마 <황금의 돼지> 역시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폭로하는 내용이다. 우리가 매일, 매달, 매년 납부하고 있는 세금은 과연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의혹을 다뤄 더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권력에 눌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회계검찰청에 무서울 것 없는 천둥벌거숭이 신코가 들어오는 것을 시작으로, 고위직 관료와 기득권층의 오랜 비리가 파헤쳐지고 부패해 굳어진 사회 구조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대세는 리얼이다. 전 국민이 빚더미에 오를 위험에 처한 지금, 은폐된 등록금 출처를 만천하에 까발릴 누군가의 '비정상적' 정의가 절실하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