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한국의 판소리꾼이 만났다.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 <사천가>로 바꿔 창작 판소리의 새로운 계보를 열었던 소리꾼 이자람의 신작.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을 모티프로 했다. <사천가>에서 연출, 작, 출연 등 극 전반을 책임졌던 그녀는 이번 <억척가>에서 1인 15역을 소화한다.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이 유럽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면, 이자람의 <억척가>는 판소리 <적벽가>의 배경인 중국 삼국시대를 따왔다.

브레히트의 원작은 전쟁 속의 가족 비극을 그렸지만, <억척가>는 개인의 내면에 더욱 집중하여 전쟁 중 겪는 공포와 연민, 분노, 슬픔의 감정을 절절히 그려낼 예정. 어머니 '김순종'이 가족들을 위해 '김억척'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슬프고 흥미롭다.

무대 장치와 다양한 연극배우 대신 판소리의 '한'을 택한 이자람. 폴란드에 초청되어 공연할 만큼 한국의 예술을 대표하는 젊은 국악인으로 손색없다. 앳된 얼굴에서 쉬이 떠올리기 어려운 구성진 목소리와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는 그녀의 나이를 무색하게 한다.

무대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꾸렸다. 현대와 과거, 독일과 한국의 만남. 일석이조 퓨전극이다. 6월 14일부터 6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02)2005-0114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