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문화축제]남아공 등 12개국 참가, 음악ㆍ춤ㆍ미술ㆍ영화 등 종합적으로 소개

에릭 알리아나와 코롱고 잼(카메룬)의 공연
원시와 야생이 숨쉬는 땅, 빈곤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사막.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그 광활한 대지에도 불구하고 한두 가지 이미지에 갇힌 곳이다. 유럽이나 아메리카처럼 우리와 충분한 교류가 없어 굳어진 편견 때문이다.

6월 30일부터 4일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리는 아프리카문화축제는 이 같은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번 행사에서는 유니세프나 월드컵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일부의 모습이 아니라 음악, 춤, 미술, 영화 등 아프리카의 문화예술이 종합적으로 소개된다.

미지의 땅, 아프리카와의 쌍방향 문화교류

이번 축제는 갑자기 마련된 행사는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쌍방향 문화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외교통상부가 꾸준히 벌이고 있는 문화외교사업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내에도 세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해졌다.

그 결과로 외교통상부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동아시아, 아프리카(2007), 아랍(2008), 실크로드(2008), 중남미(2009), 흑해(2010) 등 매년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를 국내에 알리는 행사를 주최해왔다.

신미식 작가의 아프리카 사진
조재철 외교통상부 문화예술협력과장은 "최근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고 한국에 체류하는 아프리카인들도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한국에 와 있는 아프리카 인들도 한국을 자국처럼 느끼게 포용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아프리카문화축제에는 총 12개 국이 참가한다. 조재철 과장은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 46개 국 중 선정했다"고 밝히며 "양국 관계나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이 가능한지 등을 고려했다"고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부르키나파소, 토고 등 아프리카 5개 국의 공연단이 참여하는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와 한국의 공연단이 함께 펼치는 춤과 음악의 합동 공연이 이어질 계획이다.

카메룬의 에릭 알리아나와 코롱고 잼, 나이지리아, 코고, 부르키나파소 무용수, 코트디부아르 민속공연단 아닌카가 각각 우리나라의 공연단인 다스름, 쿰바야, 문화마을 들소리와 합동공연을 펼친다.

또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우간다,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영화와 전시도 이어진다.

아프리카 타악그룹 쿰바야(한국)
상영되는 영화들은 세계 영화제 수상작들로, 아프리카의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희망과 미래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아프리카의 특색이 담긴 조각과 가면, 사진, 회화 등으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이 아프리카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프리카'라는 편견을 넘어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기 위한 것이 크다. 김상일 문화외교국장은 "아프리카는 늘 빈곤과 전쟁 지역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물론 아직 불안정한 국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아프리카가 더 이상 사회문화적으로 후진적인 곳만은 아님을 증언한다.

이번 행사를 이 같은 편견을 불식시키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축제의 콘셉트도 아프리카의 가능성과 희망을 부각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공연이나 전시에 이와 관련된 요소들이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 국내외 많은 예술가들에게 아프리카는 오래 전부터 영감의 원천이 되는 곳이었다. 1970년대 초반 아프리카를 여행한 천경자 화백도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나이로비 케냐', '콩고 킨샤사의 여인들'을 남긴 바 있다. 서구 미술은 더 많다.

영화 '그 사이'(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의 쇼나 조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피카소를 비롯해 모딜리아니, 브랑쿠시 등 많은 미술가들이 아프리카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음악도 마찬가지. 카리브 음악, 특히 칼립소 같은 것들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음악들이다. 이번 축제에서 소개되는 '비쿠치(Bikutsi)'라는 연주 방식은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에 영향을 미쳤고, '마코사(Mokossa)' 역시 잭슨의 '스릴러(Thriller)'의 시작 부분인 'Wanna Be Starting Something'에 등장한다.

아프리카의 영화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큼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나이지리아의 엄청난 영화산업을 가리키는 '날리우드(Nollywood)'라는 말도 나올 정도. 나이지리아 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만 연간 1000편에 이른다.

이는 '볼리우드(Bollywood)'로 유명한 인도의 연간 800편을 능가하는 양이다. 부르키나파소의 영화들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고 있을 정도. 결국 이런 모습들은 아프리카가 문화적으로 뒤처지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조재철 과장은 "이제까지 서구사회의 오리엔탈리즘처럼 우리도 아프리카에 대해 그런 시선을 갖고 있지 않았나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행사는 아프리카가 특이한 곳이 아니라 우리처럼 보편적인 생각과 감성을 가진 인류의 구성원임을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생 루이 블루스'(세네갈, 프랑스)
이번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제공된다. 자세한 정보와 예약은www.africaculturalfestival.co.kr.


영화 '스태프 벤다 빌릴리'(콩고민주공화국, 프랑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